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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1년③]영란메뉴에도 손님 '뚝'…"빚더미에 인력줄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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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에 매출 반토막…인력 감원으로 '비용 감소'에 집중
줄줄이 문닫는 식당…외식업 폐업률 가장 높아
자영업 대출 지난해 14% 늘어 '58조 급증'…노란우산공제 해지도 봇물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면서 거리 곳곳에 '임대문의' 글이 띄고 있다.

자영업 폐업이 속출하면서 거리 곳곳에 '임대문의' 글이 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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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영란 메뉴를 내걸었는데도 손님이 30%가량은 줄었어요. 월 평균 매출도 반토막났습니다." 충무로 인근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해온 이모(56)씨는 20일 오후 기자와 만나 한숨을 쉬며 이 같이 하소연했다.
여의도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62)씨는 "점심에는 영란 메뉴를 내걸고 버티고 있는데, 저녁에는 단가가 맞지 않아 사실상 저녁 장사를 포기했다"며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겨 저녁 8~9시까지만 영업을 하고 인력을 줄여 비용 감소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박모(38)씨는 최근 지인들과의 모임을 자주 했던 곳인 신촌의 유명 일식집을 찾았다가 폐업된 것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역사가 오래되고 단골이 많아서 이 일대에서는 유명한 맛집이었는데 갑자기 문을 닫아 깜짝 놀랐다"면서 "오랜 경기침체에도 잘 버티던 곳인데 김영란법 등의 여파가 크긴 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오는 28일이면 일명 '김영란법'이라 일컫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지 1년. 1년이란 짧은 시간 동안 '식당가 풍경'은 싹 바뀌었다. 여의도나 광화문 등 김영란법 대상자가 많이 근무하는 오피스 타운에는 3만원 이하의 이른바 '영란 메뉴'를 내걸고 고객몰이에 나선 식당을 많이 볼 수 있다. 점심 시간대 대부분 직장인들이 1만원 이하 메뉴를 주문한다. 밤 늦게까지 영업을 하던 식당들은 저녁 장사를 포기하고 8시만 넘으면 문을 닫는 곳도 많아졌다. 저녁 영업이 시원치 않아 인력을 줄이는게 낫다고 판단한 것.
'영란 메뉴'를 내걸수 있는 식당의 사정은 그마나 괜찮지만, 단가가 맞지 않아 '영란 메뉴'를 걸지 못하는 곳들은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고스란히 맞으면서 '생존 절벽'까지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부진이 심각한 상황에서 김영란법 시행까지 맞물려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버티기 어려운 실정. 대출금과 가게 임대료, 직원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한 달에 쥐는 쥐꼬리만한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1년간 외식업체 3곳 중 2곳의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20일 조사됐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외식산업연구원이 법 시행 1년을 맞아 지난 11~15일 외식업체 420곳을 대상으로 전화와 모바일 설문 조사한 결과다. 외식산업연구원은 "전체 외식업체의 66%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매출이 감소했고, 이들의 평균 매출 감소율은 22%"라고 밝혔다.

외식업체들은 법 시행 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종업원 감원'(22%), '메뉴 가격 조정'(20%), '영업일이나 영업시간 단축'(12%)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식업체 10곳 중 7곳(75%)은 수익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고용 인력 감원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앞서 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김영란법 시행 6개월 국내 외식업 매출 영향조사에서는 외식업체의 73.8%가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된 바 있다. 이들 업체들의 평균 매출은 법 시행 전과 비교해 37% 가량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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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한 사업자는 122만6443명으로 1년 전(119만1009명)보다 3% 늘어난 반면 폐업한 사업자는 90만9202명으로 2015년(79만50명)보다 15.1% 급증했다. 하루 평균 3360곳의 사업장이 새로 문을 연 사이에 2490개 사업장이 문을 닫은 셈이다.

폐업자 수는 2004년 96만4931명 이후 12년 만의 가장 많았다. 특히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의 폐업이 많았다. 개인사업자 폐업자 수는 지난해 83만9602명으로 집계돼 1년 전(73만9420명)보다 10만182명(13.5%) 늘었다. 2011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외식업의 폐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최근 공개한 가맹본부 정보공개서 등록 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 해지 및 종료(폐점) 가맹점 수는 2만4181개로 폐점률(당해연도 폐점·해지 가맹점수/등록 가맹점수+폐점·해지 가맹점수)은 9.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외식업 분야에서 폐점 및 해지 가맹점 수가 1만3329곳(11.1%)으로 가장 많았다.

폐업을 하지 않고 버티는 곳은 빚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가 은행 등에서 받은 대출은 480조2000억원으로 1년 전인 2015년 말(422조5000억원)보다 57조7000억원(13.7%) 급증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2013년(8.6%)과 2014년(7.6%)에는 10% 미만이었다가 2015년 13.5%로 급등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회원들이 8월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서민경제 발목잡는 김영란법 중단 및 근로시간 단축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회원들이 8월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열린 '서민경제 발목잡는 김영란법 중단 및 근로시간 단축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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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운영하는 가게가 어려워지면서 가입했던 노란우산공제까지 해지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소기업인 또는 소상공인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쌓아놓은 자금까지 찾아쓰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 407건(19억원)에 불과하던 노란우산공제 해지 건수는 2011년 1042건(42억원), 2012년 2158건(72억원), 2013년 4356억원(128억원), 2014년 5986건(230억원), 2015년 7241건(330억원) 2016년 1만311건(498억원) 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서도 해지가 급증, 지난 2월말 기준으로 1830명(96억원)의 소상공인들이 노란우산공제를 해지했다.

이처럼 노란우산공제 등 미래를 보장하기 위한 공제 해지가 급증하고 있는 데엔 자영자 등 소상공인들이 그만큼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상공인으로 대표되는 자영업자의 월평균 영업이익은 임금 근로자 소득의 70% 수준에 불과하다"며 "창업 후 5년 이내 폐업하는 비율이 70%에 달할 만큼 열악한 경영환경에 처해있다"고 설명했다.

서용희 한국외식산업 선임연구원은 "식재료비나 임대료 등 제반 비용의 꾸준한 인상이 있어온 상황에서 김영란법에 따른 매출 감소 상태가 지속된다면 상당수 업체들이 휴·폐업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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