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준비 수요 늘며 각 백화점 행사 초반 '훈풍'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깜짝 놀랄만한 실적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 후 만 1년이 되는 올해 추석 명절 백화점 선물세트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5만원 대 이하의 가성비 세트부터 수백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세트까지 각각 기대 이상의 속도로 날개 돋힌 듯 팔리는 분위기다.
당초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명절 시즌 백화점은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업종 중 하나로 지목됐다. 상대적으로 고급 선물세트를 판매하기 때문에 일반 대형마트나 온라인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그러나 판매 행사 초반, 매출은 전년 대비 가파른 상승세다.
각 백화점에서는 프리미엄 선물세트와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수요가 증가하는 양극화 트렌드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8일간 진행한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 행사의 매출이 전년대비 81.3% 신장했다. 상품군별 신장률은 건강 75.5%. 축산 83.5%, 청과 81.9%, 수산 83.3% 등 고르게 늘었다.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진행한 사전 예약판매의 매출도 36.1% 증가했다.
5만원 이하의 가공식품 및 생필품 상품군에서는 '동원 캔 57호'(4만8000원)이, 청과에서는 '프레가 사과, 배 혼합세트'(11만원 ), '실속 사과, 배 혼합세트'(7만원)가 인기를 끌었다. 수산에서는 '영광법성포 굴비세트 5호'(30만원), '어물전굴비세트'(5만원)가 가장 많이 판매됐다.
프리미엄 한정 상품도 빠르게 소진되는 추세다. 'L-No.9세트'(130만원)는 100세트 중에 40세트가 팔렸고, '울릉칡소 명품세트(95만원)는 200세트 중에 65세트가 소진됐다. '영광법성포 수라굴비세트(360만원)는 20세트 중에 9세트가 판매됐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흐름이다. 추석 선물세트 본판매(9월15~18일) 행사 매출이 전년 동기간 대비 78.6% 뛰었다. 품목별 매출신장률은 정육 99%, 수산 88%, 청과 87%, 건강식품 81% 등이다. 특히 50만원 이상 한우 101.8%, 30만원 이상 굴비 99.7% 등 프리미엄급 선물세트는 이보다 높은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5만원 이하의 실속형 선물세트의 매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역 토속 전통식품을 소용량으로 구성해 판매가를 4만원대로 낮춘 '명인명촌 미소 선물세트'는 전년 동기간 대비 110% 매출이 증가했고, 어포 실속세트(5만원), 그린원 멸치세트(5만원) 등 실속형 건어물 선물세트 매출도 9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쌍계 명차(3만5000원), PNB풍년제과 선물세트(4만4000원), 나폴레옹 쿠키 세트(3만7000원) 등의 디저트류 매출도 98% 뛰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매출 진도율(총 목표 매출 중 현재 판매된 매출 비중)이 14.3%를 기록했다. 전년 진도율(7.7%) 대비 2배 빠른 실적이다.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본판매 시작 첫 4일의 경우 0.6%로 제자리 걸음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4일간 누계실적이 123.1% 뛰며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한우선물 세트의 주력 금액대인 20만원대 한우 선물세트의 경우 지난해 대비 58.4%가 늘었으며 30만원 이상 선물세트도 전년 동기대비 103.8% 신장한 실적을 기록했다. 영광 법성포 수협 영광 법성포 특선굴비(18만원)는 전년 동기대비 88.2% 매출이 올랐고 참굴비 수복(30만원)도 32.5%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100만원 이상 특급 프리미엄 선물세트 중에서는 ‘명품 목장한우 특호(120만원)’가 4일만에 25세트, ‘명품 한우 특호(100만원)’가 250개 한정수량 중 42개 판매됐다. 30개 한정으로 판매하는 ‘명품 특대 봄굴비 만복(120만원)’, 1미 33㎝이상 특대 사이즈만 선별한 굴비세트 최고가 제품 ‘프리미엄 참굴비(200만원)도 각각 14개, 8개 소진됐다.
상품권 수요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증가하는 추세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현금처럼 사용되는 백화점 상품권의 유통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오히려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 회사의 추석 명절(8월31일부터 9월19일) 백화점 상품권 판매 신장률은 전년 추석기간 대비 23%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물량과 프로모션을 준비한 데 대해 호응이 있는 것 같다"면서 "행사와 명절 시즌 끝까지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는 기대했던 것 이상의 실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