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자구안 제출…채권단 "구체성 떨어져" 자료보완 요구(종합)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00억원 유상증자와 중국 공장 매각 등의 방안을 담은 금호타이어 자구계획안을 12일 채권단에 제출했다.

12일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이날 오후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경영 정상화 방안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했다.

박 회장이 제출한 자구안에는 2000억원 유상증자와 중국 공장 매각을 통한 1000억~4000억원 조성, 일반직(임원) 인력조정, 1300억원 어치의 대우건설 보유 지분(4.4%) 매각을 통한 자금 조달안이 담겼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이는 박 회장이 앞서 지난 7월 제시했던 자구안의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데다, 유상증자 참여 주체와 중국 공장 매각 방안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채권단이 보완자료 제출을 요구한 상태다.

박 회장은 계열사와 재무적투자자(SI)를 통해 각각 1000억원씩을 조달해 200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열악한 상황에서 추가로 계열사 자금을 동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단일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의결권 기준 33.7%)과 산업은행(32.2%)은 그룹 주력 계열사들의 여신도 보유하고 있어,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자금 모집에 계열사가 희생되는 것을 채권단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게다가 유증으로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지분을 확보하면 알박기가 될 수 있어 박 회장의 이같은 자구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것인지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중국 공장 매각의 실현가능성도 이번 자구안 승인의 주요 검토 대상이다. 채권단은 중국사업 정상화가 전제되지 않을 경우 채권단 자금지원의 실익도 없다고 보고 있다.

이번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금호타이어의 중국내 영업지속 가능성이 불투명한데다, 매각되더라도 6200억원의 차입금과 1000억원의 본사 대여금을 감안하면 매물가치로서의 가치가 매우 낮다. 따라서 박 회장이 이번 자구안을 통해 원매자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채권단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중국사업의 장기 실적 악화로 지난 7월말 보유현금이 바닥나는 등 유동성이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현재 채권단이 제공한 당좌대월을 사용해 임시 대응하고 있으나 2개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1조3000억원의 협약 채권(비협약 채권 포함 총 1조9000억원)과 중국 공장(중국 법인)의 현지금융기관 차입금 3147억원 상환도 발등의 불이다.

채권단은 박 회장이 추가로 제출하는 자료를 검토한 뒤 자구안 승인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보완된 자구안이 제출되면 수용 가능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다음주 초 주주협의회를 열어 승인 여부를 안건으로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이 박 회장의 자구안 승인을 최종적으로 거부할 경우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경영권은 박탈되고, 신규 자금 지원도 끊기게 된다. 또 한번의 워크아웃이나 P플랜 돌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