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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아르헨티나 시인 에스테반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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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의 시인 겸 번역가 에스테반 무어

아르헨티나의 시인 겸 번역가 에스테반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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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테반 무어(Esteban Moore)는 아르헨티나의 시인이다. '화염의 밤(1982)' '세상의 섭리(1983)' '카사블랑카의 보기(1987)' '1982-1987년 시선집(1988)' '헛된 시간들(1994)' '세기말의 찰나들(1999)' '나머지 시의 작은 부분들(1999)'과 같은 시집을 냈다. 그는 번역가로서도 명성이 높다. 찰스 부코프스키, 레이먼드 카버, 로런스 퍼링게티, 앨런 긴즈버그, 그레고리 코르소, 게리 스나이더, 빌 버슨, 안네 월드먼, 안드레이 코드르스큐, 셰이머스 히니를 비롯한 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해 왔다.

 1990년에는 긴즈버그와 안네 발트만이 1974년 창립한 미국 콜로라도의 잭 케루악 시학교에 초청돼 그곳에서 번역 작업을 진행했다. 1994년에는 빈 시학교에서 시와 번역을 강의했다. 무어는 계속 문학의 외연을 넓혀가면서 아르헨티나의 로사리오와 우루과이의 몬테비데오(이상 1993), 콜롬비아의 메델인과 베네수엘라의 발렌시아(이상 1995)에서 열린 문학제에 참가했다.
 1998년에는 아미리 바라카가 그를 앨런 긴즈버그 헌정 위원회의 위원으로 추천했다. 무어는 생전에 긴즈버그와 교류한 인연을 생각해서 위원회에 참여했다. 무어의 작품들은 영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포르투갈어로 번역됐고 여러 선집에 포함됐다. 그의 작품들은 '역설 속에서 주목할 만한 운율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아르헨티나와 해외 저작물의 번역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현대 아일랜드 시 선집을 번역했다.

1982-1987년 시선집(1988)

1982-1987년 시선집(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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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는 세계 시인들의 여러 페스티벌에도 자주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들은 개성이 뚜렷했는데, 한국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몇몇 남미 시인들 사이에서도 남다른 면을 드러냈다. 무어는 지적 사유를 기초로 언어의 윤곽을 드러내고 상상력을 전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명징한 정서와 메시지를 전송한다. '당신을 닮은 돌(Stone as you)'은 무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당신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났다. 당신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산다는 사실은 당신이 시를 쓰는 데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가.
 "나는 1952년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아주 어릴 땐 시골에서 자랐지만 열 살이 되던 해에 가족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돌아왔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나의 도시, 지구 위의 나의 장소다. 나의 시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현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나는 팜파스의 거대한 평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학생일 때부터 시를 썼고, 오늘까지도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주간 잡지사에서 일했다. 이후 다른 직업을 가졌다가 공무원이 됐고, 2003년에 다시 저널리스트로 일했다. 현재 나의 직업은 프리랜서이며, 사실은 글을 쓰는 유령이다."

 -누가 당신에게 영향을 주었는가. 혹시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
 "나는 약 2년 동안 정기적으로 보르헤스를 만났다. 그는 위대한 시인으로서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언어야말로 시의 진정한 고향임을 항상 내게 상기시켰고, 잊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번역을 통해 접한 영국과 미국 시인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도 밝혀둔다. 나는 영어를 사용하는 시인들의 시를 제법 많이 번역했다. 위스턴 휴 오든, 에즈라 파운드, 퍼링게티를 비롯한 여러 시인들의 시를 계속해서 다시 읽는다."

 -당신은 '역설 속에서 주목할 만한 운율을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신의 시에서 역설은 무엇인가.
 "정말 모르겠다. 하지만, 난 많은 시에서 아이러니와 유머를 조금씩 조심스럽게 사용한다고 말할 수 있다."

무어가 번역한 샘 해밀 시선집

무어가 번역한 샘 해밀 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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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최근에 번역된 당신의 작품은 무엇인가.
 "시집 전체가 번역된 적은 없다. 내 시의 일부만 번역됐을 뿐이다. 최근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캐나다에서 아르헨티나 시집이 출판됐는데, 그 책에 내 시의 일부가 포함돼 있다."

 -당신은 시인인 동시에 번역가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시는 완전한 번역이 가능한 예술인가.
 "글쎄,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시를 시로 읽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른 언어로 다시 쓰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언어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당신은 외국의 작가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연대한다. 시인의 교류는 어떤 점에서 유익한가. 시에서 협업은 가능한가.
 "정말로 그렇다. 나의 문학은 공동 작업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다른 시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풍성해지고 있다."

 -한국에서 당신의 책이 출간된다면 어떻게 소개되기를 바라는가.
 "아마도 두 언어와 문화 사이의 차이점을 독자에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읽고, 읽고, 또 읽어라. 쓰기를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리고 물론 고전을 잊지 말아야 한다. "

■ 당신을 닮은 돌
  
 수렁에 빠진 금속의 돌
 잿빛 바위와 마른 덤불을 품은 계곡 속에 자두만한
 당신의 눈앞에 드넓게 펼쳐진 이 일대에 흩어진 모래는
 그 본모습으로 기억되지는 못할 테지만
 당신의 입이 별똥별을 발음할 때
 불타오르리라
 아주 깊은 틈새로부터
 바로 당신 목소리 안에
 셀 수 없는 성좌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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