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 아는 文대통령의 남자들…'빈손의 정치학'

양정철 "내 역할 여기까지"…해외서 머물 듯
최재성 "한명쯤은 빈손으로"…공직 안 맡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최측근 참모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16일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때부터 문 대통령과 가까이 지냈던 이른바 '3철(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양 전 비서관·전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전 의원만 정치권에 남게 됐다. 또한 여당 내 대표적 친문(친문재인)계로 문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불렸던 최재성 전 민주당 의원도 이날 공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해 주목을 끌었다.

문 대통령이 19대 대선후보 시절 캠프의 비서실 부실장을 맡았던 양 전 비서관은 이날 새벽 갑자기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양 전 비서관은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새 정부가 원활하게 출범할 수 있는 틀이 짜일 때까지만 소임을 다 하면 제발 면탈시켜 달라는 청을 처음부터 드렸다"며 "그 분과의 눈물나는 지난 시간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고 이제 저는 퇴장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히말라야 트래킹을 떠날 정도로 깊은 인연을 맺어 온 양 전 비서관은 그 동안 '비선실세'로 지목돼 왔다. 그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엔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번 대선 캠프에서 비서실 부실장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앞서 이호철 전 수석이 공직을 맡지 않겠다면서 미국으로 홀연히 출국한 이후 양 전 비서관의 거취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됐던 것이 사실이었다.

양 전 비서관의 거취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 관저로 양 전 비서관을 불러 만찬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비서관은 이 자리에서 '2선 후퇴' 의지를 강하게 밝혔고, 문 대통령은 양 전 비서관의 간곡한 요청을 수락하면서 눈물까지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비서관은 조만간 뉴질랜드로 출국해 장기간 외국에 체류할 예정이다.

양 전 비서관은 "그 분이 정권교체를 이뤄주신 것으로 제 꿈은 달성된 것이기에 이제 여한이 없다"며 "우리는 저들과 다르다. 정권교체를 갈구했지 권력을 탐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퇴장을 끝으로, 패권이니 친문·친노 프레임이니 3철이니 하는 낡은 언어도 거둬주시기 바란다"며 "비선도 없다. 그 분의 머리와 가슴은 이미 오래 전, 새로운 구상과 포부로 가득 차 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사무총장 격인 총무본부장을 맡아 호위무사로 불렸던 최 전 의원도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인재가 넘치니 원래 있던 한 명 쯤은 빈 손으로 있는 것도 괜찮다고 제 마음을 드렸다"며 문 대통령의 공직 제안을 고사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최 전 의원은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권력을 만들 때 어울리는 사람이다. 순항할 때보다 어려울 때 더 의지가 일어나는 편"이라며 "지금보다 미래를 꿈꾸는 것을 좋아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