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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Economia] 합리적 시스템의 함정 ‘맥도날드化’ 극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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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Economia] 합리적 시스템의 함정 ‘맥도날드化’ 극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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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빠르고 편리함을 추구하는 직장인 A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 맥도날드에서 빅맥(Big Mac)을 주문해 점심을 먹는다. 오후 2~3시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로 졸음을 떨친다. 대형프랜차이즈 업체는 맛과 서비스가 일정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일이 없어 자주 가는 편이다. 메뉴가 조금씩 바뀌긴 하지만, 대체로 비슷한 패턴의 반복이다. 지하철에서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광고영상이나 뉴스기사를 보며 시간을 때운다.

대한민국 직장인, 학생,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비슷한 일상을 반복한다. 톱니바퀴 굴러가듯 꽉 짜인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매일 일정한 장소에서 정해진 일을 수행하지 않으면 불편할 때도 있다. 효율과 속도, 대량생산 덕분에 삶은 분명 합리적이고 편해졌지만, 그렇다고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이러한 현대인의 딜레마를 예언한 사람이 있다.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저자인 조지 리처(77)는 1993년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를 통해 '맥도날드화(McDonaldization)'라는 개념을 처음 사용했다. 맥도날드화란 '패스트푸드점의 원리가 전 세계의 점점 더 많은 부문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을 뜻한다. 시대를 규정하는 가장 친밀하면서도 무시무시한 사회학 용어다.

맥도날드는 이 책의 주제가 아닌 사례에 불과하다. 저자는 합리적 시스템 안에 드러나는 불합리성을 이야기한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초점을 둔다. 특히 최신 개정판에는 노동자들이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통제라는 관점에서 맥도날드화에 어떻게 지배되는지 탐구하면서도 그 안에 드러나는 비정규직 문제, 최저임금, 소비와 노동 문제를 아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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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탈맥도날드화 현상도 나타난다. 관료제, 조립 라인, 과학적 관리 등은 산업사회의 핵심 개념으로 맥도날드화를 규정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진입한 이후에는 판에 박힌 노동자보다 창의적인 지식 노동자를 더 선호하게 됐다. 저자는 '스타벅스화' '이베이화' '웹 2.0' 등 새로운 사회 환경 변화에 따라 맥도날드화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살펴본다.

하지만 이들 탈맥도날드 현상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스타벅스가 고품질을 지향하고, 공정무역 커피 활용 등으로 착한 이미지를 쌓으려 했으나 '스타벅스화'는 사실상 맥도날드화의 세련되고 발전된 형태일 뿐이라고 말한다. 효율성, 예측가능성, 계산가능성, 노동 통제, 영양 불균형 문제 등 명백히 맥도날드화 원리를 따른다.

이베이화는 다양성에서 차별점이 있으나 수많은 상품 등록을 분류하고, 검색 가능하고, 등록과 주문을 용이하게 하는 등 맥도날드화 구조가 뒷받침된다. 페이스북 같은 웹 2.0 역시 콘텐츠는 개인화되고 창의적으로 생산되지만, 맥도날드화 현상은 그 근본 구조에 여전히 존재한다.

맥도날드화는 현대 사회를 가르는 '양날의 검'이다. 맥도날드화된 시스템 덕분에 모든 것이 가능해졌지만 또 그만큼 많은 것을 잃었다. 효율성과 합리를 명분으로 맥도날드화는 발전했지만 비정규직이 상대적으로 늘고 비인간화와 인간소외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저자는 맥도날드화의 수많은 불합리성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우선 어떤 조직이든 지나친 팽창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이 너무 커지면 합리적 원칙, 관료제, 기계적인 업무 환경을 적용해야 제대로 작동하는 시점에 도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맥도날드 반대 운동을 비롯해 대형 할인점 반대, 최저임금 인상, 슬로푸드 운동 등 적극적인 방법도 논한다.<조지 리처 지음/김종덕·김보영·허남혁 옮김/풀빛/2만3000원>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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