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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외계 행성으로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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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포럼]외계 행성으로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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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얼마 전 '미국인들이 트럼프를 피해 새로 발견된 행성으로 탈출하고 싶어 한다'라는 뉴스가 잠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나사(NASA)가 '트라피스트1'이라는 별 주변에서 지구형 행성 7개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전한 직후의 일이었다. 나사는 외계 행성에 대한 '중대 발표'를 예고하기까지 하면서 이 결과를 발표했다. 이 별에서 발견된 7개의 행성 중에서 3개는 '골디락스 지역'이라고 불리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결과는 2월 23일자 '뉴욕 타임즈' 1면에 그림과 함께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SNS에서는 트럼프를 피해 그곳으로 가자는 글들이 인기를 끌었다.

물론 정말로 그곳으로 가겠다고 한 말도 아니겠지만 실제로 그곳으로 가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발견이 화제가 된 이유 중 하나는 트라피스트1이라는 이 별이 태양계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별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주의 스케일에서는 가깝다고 하지만 이 별은 지구에서 약 40광년, 그러니까 빛의 속도로 40년을 가야 하는 거리에 있다.
인류가 만든 가장 빠른 우주선의 속도는 대략 초속 20킬로미터 정도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불과 20초 만에 갈 수 있는 엄청난 속도지만, 이 속도로 40광년을 가는 데에는 60만년이 넘게 걸린다. 이보다 100배 더 빠른 우주선을 타고 가도 6천년이다.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곳까지 가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지만 설사 어떻게 갔다고 하더라도 그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7개의 행성이 돌고 있는 그들의 태양은 '적색 왜성'이라는 종류의 별로 우리의 태양보다 훨씬 작고 어두우며 온도도 아주 낮다. 온도가 낮기 때문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지역도 별에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 사실 이 별 주위의 7개의 행성 모두가 우리 태양계의 수성보다 더 안쪽 궤도를 돌고 있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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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이 별에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공전 속도가 아주 빠르고 공전 주기가 아주 짧다. 가장 가까이 있는 행성은 지구 시간으로 하루 반 만에 별을 한 바퀴 돌고, 가장 멀리 있는 행성도 19일이면 별 주위를 한 바퀴 돈다. 모든 행성들에서 1년이 20일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행성들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서 이웃 행성이 하늘에서 지구의 달보다 몇 배나 더 크게 보일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별에 가까이 있으면 별의 중력 때문에 행성이 언제나 한쪽면만 별을 향하고 있게 된다. 지구의 달이 언제나 한쪽면만 지구를 향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유다. 이렇게 되면 이곳의 행성들에서는 별을 향하는 곳은 언제나 낮이고 반대편은 언제나 밤이다. 밤과 낮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별을 향하고 있는 쪽은 언제나 덥고 반대쪽은 언제나 춥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라고 해서 생명체가 도저히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낮과 밤의 경계에 있는 지역은 적당한 온도를 꾸준히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오히려 생명체가 태어날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해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곳에 있는 생명체가 지구를 본다면 '1년에 밤낮이 300번도 넘게 바뀌는 불안정한 환경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곳의 생명체는 그곳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고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구에서 태어났고 지구의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우리가 가시광선을 볼 수 있는 것도 태양에서 가시광선이 가장 강하게 나오기 때문이다. 트라피스트1 주위의 행성에 생명체가 있다면 그들은 아마도 우리는 보지 못하는 적외선을 가장 잘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떠나고 싶어도 우리가 살 곳은 여기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마 많은 분들이 다른 행성으로라도 탈출하고 싶어 하는 미국인들의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대통령도 미국 국민들 스스로의 손으로 뽑았다. 잘못된 선택에 대한 대가가 얼마나 크고 그것을 돌이키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드는지는 아마 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보면서 배웠을 것이다.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제대로 된 선택을 하자. 잘못된 선택을 되돌리기는 너무 어렵고 탈출은 답이 아니다.
이강환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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