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오후 한 詩] 간단합니다/임지은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싶다면 시계를 보면 됩니다
나는 어디로도 갈 수 있고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도 있고
좀 더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

함부로, 쉽게, 간단하게
지워 버려도 의미가 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사를 사랑합니다

한없이 가벼운 자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의지를 신뢰합니다
설탕을 빼 버리면 이 세계의 복숭아는 모두 상해 버리고
통조림 안의 복숭아는 안전합니다

간단합니다
나는 얼마간 부사가 되어 있겠습니다

(중략)

저기 뒤뚱거리며 걸어가던 기분이 넘어집니다
펭귄처럼, 거꾸로, 각별하게


[오후 한 詩] 간단합니다/임지은
AD
원본보기 아이콘



■좀 과감하게 말하자면 우리의 일생은 단 세 단어로 요악할 수 있다. '나서 살다 죽다'로 말이다. 하루하루도 그렇다. 눈뜨고 세수하고 먹고 일하고 쉬거나 놀다가 자는 게 일상이다. 그런 중에 가끔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러는 게 전부다. 간단하다. 마치 "지금이 몇 시인지 알고 싶다면 시계를 보면" 되는 것처럼. 그러나 시계는 다만 시간을 알려 줄 뿐이다. 그 시간이 어떤 시간이 될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오후 두 시에 "어디로든 갈 수 있고" 혹은 "어디로든 가지 않을 수도 있"다. 그것은 "의지"의 문제이며, "의지"는 흔히 "부사"로 표출된다. 나는 "펭귄처럼" 또는 "거꾸로" 아니면 "각별하게" 넘어질 것이다,처럼 말이다. 그러니 결국 부사가 핵심인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당신이 정하는 것이다.

채상우 시인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오동운 후보 인사청문회... 수사·증여 논란 등 쟁점 오늘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 인사청문회…'아빠·남편 찬스' '변호전력' 공격받을 듯 우원식,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당선…추미애 탈락 이변

    #국내이슈

  • 골반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3년 만에 앉고 조금씩 설 수도" "학대와 성희롱 있었다"…왕관반납 미인대회 우승자 어머니 폭로 "1000엔 짜리 라멘 누가 먹겠냐"…'사중고' 버티는 일본 라멘집

    #해외이슈

  • '시스루 옷 입고 공식석상' 김주애 패션…"北여성들 충격받을 것"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김 여사 수사 "법과 원칙 따라 제대로 진행" 햄버거에 비닐장갑…프랜차이즈 업체, 증거 회수한 뒤 ‘모르쇠’

    #포토PICK

  • 車수출, 절반이 미국행인데…韓 적자탈출 타깃될까 [르포]AWS 손잡은 현대차, 자율주행 시뮬레이션도 클라우드로 "역대 가장 강한 S클래스"…AMG S63E 퍼포먼스 국내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한-캄보디아 정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립 세계랭킹 2위 매킬로이 "결혼 생활 파탄이 났다" [뉴스속 용어]머스크, 엑스 검열에 대해 '체리 피킹'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