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을 다시 강대하게 만들자'고 적힌 빨간색 모자를 쓰고, 헐렁한 검은색 양복과 단추를 풀어 헤친 흰색 드레스 셔츠를 입은 채 오른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의 옷장은 그가 대선 판에 뛰어들 때부터 뜨거운 감자였다. 트럼프는 '미국 고용을 늘리기 위해 기업의 해외공장 이전을 막고 미국산 제품의 사용을 늘리겠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정작 그는 고가의 이탈리아 명품 양복을 입고 다닌다는 것이 논란의 골자였다.
그는 십수 년 전 내놓은 '억만장자처럼 생각하라(Think like a billionaire)'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한 벌에 5400달러나 하는 이탈리아 명품 브리오니 양복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묘사했다. 그는 "수년 간 최고의 옷을 입어봤지만 브리오니 양복과 셔츠를 가장 좋아한다. 나는 진열대에 전시된 브리오니 양복을 바로 사서 입는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굉장한 경쟁의식을 갖고 있는 트럼프가 그린필드의 양복을 선호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트럼프 자신이 브리오니를 선호한다고 공공연하게 알려온 탓에, 역대 대통령들이 선택한 그린필드 양복 몇 벌을 옷장에 걸었는지도 모른다. 외산품을 애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선호 양복 브랜드의 다양화를 꾀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어떤 말을 하든, 어떤 옷을 입든 간에 자기 옷장은 알아서 채우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브리오니가 좋아도 자기 주장과 배척된다면 과감하게 다른 옷도 넣을 줄 안다는 것이다. 미국민의 트럼프에 대한 기대가 조금은 이해되는 대목이다. 불현듯 자기 힘으로 옷장도 채우지 못한 한 나라의 대통령이 떠올랐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