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베이징에서 만난 한 경제학 박사는 "'주요 2개국(G2)'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만난 중국인 가운데 자국을 G2라고 지칭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을 뿐더러 낯 간지러워한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보는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지 몰라도 중국은 그렇게 자기 가치를 절상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중국을, 중국인을 대하는 한국의, 한국인의 잣대는 이중적이라는 걸 절감했다.
문제는 보복의 대상과 강도가 날로 무거워지고 있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대응할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는 더 이상 중국만의 경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드 부지 제공에 따른 중국 당국의 표적 수사 덫에 빠진 롯데그룹이 대표 사례다. 영업 정지 가능성마저 커지면서 갈 길 바쁜 롯데의 중국 사업은 사실상 '시계제로' 상태다. 한 대기업 주재원은 "중국에서는 소방 권력이 기업을 옥죄는 최고의 권력 수단 중 하나"라면서 "소방과 세무조사를 동원했다는 것은 롯데에 실질적 타격을 주겠다는 결론을 내린 강력한 보복 조치"라고 귀띔했다.
요즘 중국 전문가 사이에서 많이 들리는 단어가 바로 '프레너미'다. 박한진 코트라 타이베이 무역관장은 저서 '프레너미'에서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인 프레너미는 1953년 미국의 칼럼니스트 월터 윈첼이 소련을 이렇게 부르면서 알려졌다고 적었다. 그러나 2012년 2월 당시 부주석이었던 시진핑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LA타임스가 "프레너미가 왔다"고 보도하고부터 미중 관계의 상징적인 단어로 더 많이 쓰이게 됐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신(新)냉전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의 최소한의 자존감은 스스로 지켜내야 하지 않을까. 외치(外治)에 신경 쓸 여력 없는 대한민국 사회의 현 주소가 답답하기만 하다.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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