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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24>합성 비타민 C를 100배나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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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한양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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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 C는 항산화물질의 하나로 세포를 손상시켜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활성산소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콜라겐(collagen)을 비롯한 여러 물질의 합성에 필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섭취하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량보다 훨씬 많은 1,000mg짜리 합성 비타민 C를 먹고 있고, 심지어 권장량의 100배까지 먹으라는 사람도 있는데, 과연 많이 먹을수록 좋을까?

WHO를 비롯한 수많은 건강 관련 기관들은 비타민 C의 1일 권장량으로 성인 남성 90mg, 성인 여성 75mg, 임신 여성 85mg, 수유 여성 120mg정도를 제시한다. 1일 권장량은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건강유지에 부족함이 없는 양이다. 비타민 C 부족으로 생긴 질병이 나을 수 있음은 물론, 예방도 가능한 양이다.
권장량의 100배를 먹으라는 주장은 잘못된 정보에 대한 맹신이나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얄팍한 상혼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많다. 대부분의 권위 있는 기관들이 인정하지 않는데, 주변에 있는 누구누구가 효과를 보았다는 근거가 미약한 이유로 터무니없이 많이 먹으라는 주장에 따라 합성 비타민 C가 유행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렇게 효과가 확실하다면 연구결과가 입증되지 못하는 이유와 그런 질병이 개선되지 않는 서구사회를 어떻게 설명할까?

혈관질환은 설탕이나 트랜스 지방, 포화지방, 알콜 등의 과잉섭취와 흡연, 그리고 식이섬유와 운동의 부족과 같은 나쁜 생활습관이 원인으로 지적되는데 이런 습관을 고치라고 하지는 않고, 그저 비타민 C를 많이 먹으란다. 암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치 자동차에 품질이 나쁜 연료를 사용하여 엔진이 망가지는데 엉터리 연료는 그대로 쓰면서 어떤 첨가제를 넣으면 엔진이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비타민 C는 물에 잘 녹아 쉽게 배설되므로 많이 먹어도 해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우리 몸은 비타민 C를 많이 먹을수록 흡수율이 떨어진다. WHO에 따르면 섭취량이 100mg이하일 때는 흡수율이 98%에 이르지만, 180mg에서는 70%로, 1,500mg에서는 50%로, 12,000mg에서는 16%로 크게 낮아진다. 흡수한 다음에도 필요한 양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신장을 통해 다시 배설해야 한다.
소화기능도 생각해 봐야 한다. 정제 또는 농축된 합성 비타민 C는 흡수가 쉽기 때문에 장기간 먹으면 비타민 C 소화기능이 점점 퇴화될 가능성이 있다. 품질도 더 좋고 값도 싼 쌀이나 자동차를 무제한 수입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국내 산업은 도태되어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할지도 모른다. 수많은 건강 관련 기관들이 한결같이 필요한 영양소를 식품으로부터 우선적으로 섭취할 것을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어떤 영양소든 필요한 만큼만 먹어야지 많이 먹을수록 좋은 영양소는 없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비타민 C도 예외가 아니다. 150g짜리 오렌지 하나 또는 80g짜리 키위 한 개 반이나 브로콜리 반 개 정도에는 80~100mg정도의 비타민 C가 들어 있으므로 채소나 과일을 웬만큼 먹으면 권장량에 미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평소에 채소나 과일을 적게 먹는 사람이라면 그 양을 늘려야 한다. 입증되지 않은 거짓 정보를 좇아 돈 버리고 몸 망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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