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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단弄단] 침묵은 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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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순환 러브레터 대표

윤순환 러브레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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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금(金)이 아닙니다. 웅변이 은(銀)이 아니듯이...
침묵이 필요하고 귀한 순간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침묵이 금이라는 일반론에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침묵의 가치는 형언(形言)이 그것을 상대하지 못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발휘됩니다. 따라서 침묵을 옹호하는 것은 사적인 차원에서는 보신(保身)의 논리이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보수의 철학입니다. 더군다나 난세(亂世)에서의 침묵은 죄악이 되거나 참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침묵의 대가>
(전략)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가둘 때,
나는 잠자코 있었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조에게 왔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조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태인에게 왔을 때,
나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유태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내게 왔을 때,
나를 위해 항의해 줄 이가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유명한 시는 독일의 목사인 마틴 니묄러가 쓴 것입니다. 나치 치하에서 벌어졌던 광란과 그 광란이 한 인간에게 미친 영향을 촌철살인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치가 자행했던 폭정의 비극성보다 그것을 방관했던 사람이 결국 마주해야 했던 비극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비극의 원인이 그 사람이 저지른 잘못이 아니라 침묵이라는 것은 경악할 만한 일입니다. 입을 다물었을 뿐인데 그는 사면초가에 놓였고 삶이 위태로워지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난세였기 때문이고, 침묵이 난세를 악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난세입니다.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나라가 어지럽습니다. 우리의 차세대들이 살아갈 미래가 걱정될 정도입니다. 이러한 때에 침묵하는 것은 독이 됩니다. 자신에게, 후손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독이 될 것입니다. 침묵이라는 이름의 사약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개개인이 결단할 수 있습니다. 침묵 대신에 발언을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커다란 용기가 필요한 것도, 특별한 위험이 따르는 것도 아닙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을 하면 됩니다. 입소문도 좋고, SNS도 괜찮습니다. “이래선 안 된다”고, “바뀌어야 한다”고 얘기하면 됩니다. 외면하지 않는 것으로 족합니다. 광장에 나가서 구호를 외치고, 거리 행진을 하면 발언의 볼륨은 천 배 만 배 커질 것입니다.

미국 최초의 유태인 대법관이었던 루이스 브랜다이스는 말했습니다. “행복은 자유로부터 오고, 자유는 용기로부터 온다”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함께 행복해지기 위해서 침묵을 깨는 용기가 필요한 때가 지금이 아니라면 또 언제이겠습니까?

윤순환 (주)러브레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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