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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단 드러낸 '우윳값 최저가입찰제'…학교 급식 포기 업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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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혈경쟁에 우유급식 중단
150~430원까지 지역별 차별
농가피해·낙농산업 기반 와해

사진=아시아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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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주현 기자]올 들어 학교 우유급식에 최저가 입찰제가 전면 도입되면서 업체 간 출혈경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급식을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해 학교 급식률 저하와 우유소비 감소로 인한 농가 피해, 낙농산업 기반 와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교육당국과 유업계에 따르면 교육청은 올 초 유업체들의 담합이나 뒷거래를 막고 우윳값을 낮추기 위해 최저가 입찰제를 전면 도입했다.

하지만 약 8개월이 지난 현재 최저가 입찰제는 각종 부작용과 함께 기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며 유업체들의 실적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최저가 입찰제로 학교에 공급하는 우윳값을 낮추고 수의 계약을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문제점이 심각하다는 것이 유업체의 주장이다.
최저가 입찰제가 도입된 이후 대리점주 등 판매업자들은 이익과 손해율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앞다퉈 일단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입찰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360원선인 200㎖ 우유 한 통 단가가 일부 판매업체들의 무리한 경쟁에 150원에 공급하는 곳도 생겨났다. 교육 당국이 제시한 우유 금액 430원의 3분의1 수준이다.

출혈 경쟁으로 우유급식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나왔다. 지난 4월 A업체가 서울과 경기지역 60여개 학교 우유급식을 중단키로 한 것. 교육청이 다른 우유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공급 중단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최저가입찰제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지역별 가격 격차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배달이 쉽고 학생수가 많은 대도시 학교에서는 경쟁으로 인해 낮은 가격이 형성됐다. 반면 학생수가 적고 배송 거리가 먼 지방 오지학교에서는 경쟁이 덜해 납품가가 높게 형성돼 비싸게 먹게 되는 것이다. 심한 경우 입찰에 참여하려는 업체가 없는 지역도 있어 우유급식의 지역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국 9000여개 학교별 급식 우유 납품가는 150원에서 430원까지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유업체들은 가격으로만 공급업체를 결정하는 최저가 입찰제가 학교급식의 공익성을 훼손하고 학생의 건강과 낙농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젖소 사육두수를 줄여 원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 차후 수요와 원유량이 맞아 떨어지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유업체들이 급식 시장에서 발 뺄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고정단가제로 전환하고 가격 경쟁이 아닌 품질과 서비스 경쟁을 촉진시켜야 한다는 게 업체들이 내세운 대안이다. 이를 위해 정부 제시가격을 기본으로 업체 선정 방법의 표준안을 마련해야 합리적인 우유 가격 설정이 가능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상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업체 관계자는 "현 제도는 농가 소득감소는 물론 대리점 누적적자로 사업을 기피하는 상황이 발생해 국가 정책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무조건적인 최저가 입찰이 아닌 품질 서비스가 우선시 되는 '제한적 최저가입찰'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주현 기자 jhjh1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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