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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力이 國力]고객 마인드로 상품기획부터 함께…'열정 완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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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1억원 '매출의 여왕' 동지현 GS쇼핑호스트

동지현 쇼핑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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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운명이었을까. 어머니가 원하던 아나운서 면접시험장에서 도망칠 정도로 '카메라 울렁증'이 심했다. 비행시간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5년 만에 스튜어디스를 그만둔 그녀는 홈쇼핑 텔레마케터 교육 분야에 입사 지원했지만, 엉뚱하게 쇼핑호스트 면접을 보게 됐다. 카메라 테스트마다 혼쭐이 나고도 1등으로 합격했고, 이후 '완판녀' '매출의 여왕' 등의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국내 3대 쇼핑호스트로 꼽히는 GS홈쇼핑의 동지현씨 이야기다.
◆연륜이 최대 무기 = 동씨는 매주 토요일 밤부터 새벽까지 GS홈쇼핑의 간판 프로그램 '쇼미더트렌드'에서 스타일리스트 김성일, 방송인 김새롬씨와 함께 패션 제품을 판매한다. 홈쇼핑 업계의 황금시간대다. 입사 초반 동기들 가운데 가장 키가 크다는 이유로 패션방송을 시작한 이후 16년째 패션전문 쇼호스트로 활약 중이다. 1995년 항공사 스튜어디스로 입사해 5년간 근무하다 쇼핑호스트로 전직했다.

"홈쇼핑은 여성이 나이 들수록 유리한 직업입니다. 너무 어리면 경험이 없어 고객들과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하죠."

열심히 일하던 남성들도 40대 중반이면 퇴직 압박을 받는 요즘, 동씨는 쇼핑호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홈쇼핑 핵심 고객층은 중년 여성인 만큼 아이도 낳아 키워보고 김치도 담가 본 중년의 쇼호스트가 제품 판매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홈쇼핑은 경쟁이 가장 치열한 대기업과 방송사, 백화점을 모두 합쳐놓은 업태다. 홈쇼핑 채널이 늘어난 데다 오락과 드라마, 뉴스 등 수많은 방송채널과 경쟁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고정시켜야 한다. 의류의 경우 판매할 상품의 코디는 물론 옷의 배치 순서, 카메라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사전에 치밀한 '작전'을 짜고 방송에 들어간다.
쇼핑호스트의 역할은 막중하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만큼 한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고, 쇼호스트의 취향과 사상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동씨는 "옷 하나로 몇십 분씩 이야기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패션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다"면서 "패션전문학원을 다니면서 의류의 소재나 색채, 기획까지 배우면서 재미를 느꼈고, 제가 재미있는 부분이 고객도 재밌다고 느낄 것 같아 자주 이야기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동지현 쇼핑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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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1억원 매출의 신화 = 동씨의 완판 비결도 '고객 마인드'다. 동씨는 상품기획자(MD)가 골라온 제품을 판매만 하는 일반적인 쇼호스트와 달리 직접 기획에 참가한다. MD와 PD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도한 찢어진 청바지와 나팔바지, 와이드팬츠(통이 넓은 바지) 등이 잇따라 완판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홈쇼핑에서 팔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찢어진 청바지의 경우 12분 만에 모두 팔리기도 했다. 그는 "고객의 입장에서 가격이 합리적인지, 좋은 제품인지를 항상 따져보려고 노력한다"면서 "고객들이 좋아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직업에 대한 열정도 남다르다. 방송에서 옷을 돋보게 하기 위해 짧은 커트 머리를 고수할 정도다. 긴 머리가 시선을 돌려 시청자들이 옷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다. 동씨는 겨울철 여성용 알파카 코트로 분당 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매출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동씨의 방송은 홈쇼핑 특유의 "빨리 주문하라"는 요란스러운 멘트나 '매진 임박' 등의 자막이 없다. 단아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로 고객들을 설득한다.

동씨는 "홈쇼핑 하면 목에 핏대를 세우는 방송으로 상상하고, 이런 식으로 개그프로에서 홈쇼핑 패러디를 할 때 가장 속상하다"면서 "시끄럽지 않고 종이에 베이듯이 지갑을 열었는지도 모르게 물건을 사게 하는 방송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용한 쇼핑 방송은 여성들의 심리를 겨냥한 전략이다. 그는 "의류의 경우에도 5000개 돌파라는 자막이 나올 때가 있는데 여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여성들은 다른 여성과 똑같은 옷을 입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절대 많이 팔린다는 식의 방송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매진임박" 요란한 멘트로 홈쇼핑 패러디 개그프로 '속상
종이에 베이듯 물건 사게 해야죠

◆바쁜 쇼호스트 vs 안 바쁜 엄마 = 동씨는 쇼핑호스트와 홈쇼핑 기획은 물론 SBS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에 고정출연하고, 케이블 오락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한다. 대학교나 기업 등의 강연 요청도 빗발친다. 지난해까지 예술경영 대학원에 다니면서 더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올해 추석에는 이탈리아로 화보촬영을 다녀오면서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 얼굴을 못 볼 정도였다.

하지만 아들 학교의 호출이나 또래 학부모 모임에는 득달같이 달려간다. 동씨는 "자꾸 바쁘다는 핑계로 모임에 빠지면 정보에서 소외된다"면서 "쇼핑호스트는 일반 직장인과 달리 평일 시간이 유동적이어서 가급적 학부모 모임에는 꼭 나간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지 않느냐"면서 "요즘에는 아들이 방송하는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많이 이해한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유통업계도 급변하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쇼핑은 물론 홈쇼핑도 모바일 쇼핑의 성장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미국이나 일본에서 유행하고 한 시즌이 지나야 홈쇼핑에서 잘 팔렸는데 최근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면서 "세계 패션 경향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방송과 상품을 먼저 선보이면서 트렌드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씨의 마지막 목표는 미술딜러다. 쇼핑호스트를 그만둘 것을 대비해 바쁜 시간을 쪼개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배웠다. 동씨는 "100세 인생이라고 하는데 아직 반도 못 살았다"면서 "직업 하나는 더 가져도 좋을 것 같은데 모피 경매부터 자동차 판매까지 쇼핑호스트는 못 팔 것이 없는 만큼 미술딜러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동지현 쇼핑호스트 프로필>

▲1972년 서울 출생
▲중앙대 문화예술경영과 졸업
▲1995년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입사
▲2000년 CJ오쇼핑 쇼호스트 입사
▲2014년 GS샵 쇼핑호스트
▲현재 GS홈쇼핑 '쇼미더트랜드'. '동지현과 스타일나우' 프로그램 진행
▲SM엔터테인먼트 연예인 담당 방송 스피치 트레이너(엑소, FX, 고아라, 수퍼쥬니어 등)
▲신세계,갤러리아 패션명품브랜드 VIP담당 스타일링 클래스 진행
▲SBS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 고정 게스트 및 MBN '황금알' 고정출연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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