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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눈]사이즈모포비아가 흔들고 있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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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져가는 지진공포와 삶의 의미 - 밤마다 저마다 한번씩 속으로 죽어보았습니다, 소름 끼쳤습니다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9월12일 5.8지진과 19일 4.5지진은 우리의 두 가지 통념을 깼습니다. 첫 지진은 한반도에선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믿음을 깼고, 두번째는 갑작스럽게 세진 여진으로 더 이상 큰 지진이 없을 거라는 믿음을 다시 깨버렸습니다.

진원지인 경주는 물론이고, 한반도 내의 어디도 안전한 곳은 없으며, 지금 현재로는 누구도 의지하고 믿기 어렵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지진 이후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마음 속으로 한번씩 끔찍한 죽음을 가상체험해보았을 것입니다. 한밤 중에 뭔가가 부딪치고 흔들거리면 소스라치고, 꿈에는 자고 있던 집이 갈라지고 무너지는 영화 속의 장면이 나타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뉴스의눈]사이즈모포비아가 흔들고 있는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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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공포를 일반적으로는 퀘이크 피어(Quake Fear)라 하지만, 학술적으로는 사이즈모포비아(Seismophobia)라고 합니다. 이렇게 용어까지 갖추고 있는 걸 보면, 지진을 겪은 사람들의 공포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적이고 역사적인 것이었던 모양입니다.

최근 지진이 나면 챙겨야할 비상물품과 음식들에 대한 기사와, 지진 때 대피하는 요령에 대한 온갖 노하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며, 7.0 이상의 강진도 올 수 있다는 진단과 경고들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기도 합니다. 이제서야 활성단층대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커지고, 지진 선배인 일본의 경험들에 대해 귀를 기울입니다.
사이즈모포비아는 살고죽는 일에 대한 상식적인 저울의 눈금을 훨씬 늘려놓았습니다. 느닷없이 자다가 지진을 만나 비명횡사하는 일에 대한 상상은, 그 무엇보다도 삶의 가치있는 맥락들을 허무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천재지변이 우리의 발밑을 서성거리고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삶 속에서 부렸던 만용을 주저앉히고 탐욕과 분노와 해이와 교만을 성찰하게도 합니다. 살아있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축복인지를 깨닫게 합니다. 잘 살아야 한다는 것. 지진이 반면교사가 된 셈입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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