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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도시의 추억]뒤안길로 사라지는 브랜드아파트 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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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옥수로 확장공사 기공식. 뒷쪽으로 보이는 아파트가 옥수동 한남하이츠(자료:서울시 서울사진아카이브)

1983년 옥수로 확장공사 기공식. 뒷쪽으로 보이는 아파트가 옥수동 한남하이츠(자료:서울시 서울사진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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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1982년 서울 한복판 달동네가 몰려있는 옥수동 한 켠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50년대부터 국내에 아파트를 지었다는 중앙산업의 '한남하이츠'였다. 아파트 뒷쪽으로는 매봉산이 있고 앞쪽으로는 한강 물줄기를 맞아 전형적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입지에 자리를 잡았다..

옥수동은 강북 부자들이 몰려있다는 한남동을 서쪽에, 강남 최고 부촌으로 떠오른 압구정동을 남쪽으로 두고 있지만 재개발을 시작한 1980년대 초반은 물론 1990년대까지만 해도 무허가 주거시설이 밀집해 있었다. 1994년 인기를 끈 드라마 '서울의 달'도 이곳이 배경이다.
일찌감치 아파트 건설에 주력해온 중앙산업은 한남하이츠를 꽤 공들여 지었다. 해방 후 국내 첫 아파트로 꼽히는 종암아파트도 이 회사 손을 거쳤다. 한남하이츠 건설 때는 인근 이태원 유엔빌리지 등에 사는 외국인 수요까지 겨냥해 아파트 평면을 설계하는 한편 실내 장식은 수입제품을 상당수 가져다 쓴 것으로 전해졌다. 아파트 이름에 브랜드를 붙인 것도 국내 최초였다. 이 회사는 이 아파트를 시작으로 '하이츠'라는 브랜드를 전국 각 아파트나 빌라 사업장에 적용했다.

래미안이나 e편한세상 같은 국내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가 2000년대 들어서야 선보인 점을 감안하면 20여년 앞선 시도였다. 이제는 중소 규모 건설사도 아파트 브랜드를 적용하고 있지만 당시엔 유례가 없던 만큼 낯설어하는 시선도 적잖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통상 건설사나 지역ㆍ동네의 이름을 가져다 쓰는 게 일반적이었다.

한남하이츠는 이달 초 재건축 계획이 서울시 심의를 통과,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한다. 3년 전 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재건축계획이 상정된 적이 있는데 당시 신축 아파트 최고층수를 30층으로 해 퇴짜를 맞았다. 인근 다른 아파트와 매봉산ㆍ남산 등 주변 경관이나 스카이라인을 고려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를 반영해 단지 동남쪽 한강변 동은 15층 이하, 나머지 동 역시 최고 20층 이하로 짓기로 해 심의를 통과했다. 최근 신축하는 한강변 아파트가 30층을 훌쩍 넘기는 점에 견줘보면 다소 낮다. 그러나 주변보다 지대가 높아 한강조망을 중요시하는 잠재수요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재건축 이후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지금도 고층이 아닌 곳에서 남쪽 한강을 널찍하게 볼 수 있는 집이 적잖기 때문이다.

한남하이츠를 앞세워 브랜드 아파트 시대를 연 중앙산업(현 중앙건설)은 진행중인 사업은 없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이 회사의 올해 반기보고서를 보면 조규영씨를 포함해 등기임원으로 3명의 이름이 올라있지만 직원은 한명도 없다. 땅이나 건물 자산이 일부 있지만 지난해부터 매출이나 손익은 없는 상태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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