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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 생각들/황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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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새도록 당신을 들락거리는 생각들
 당신을 잠 못 들게 하는 생각들
 당신의 천장을 쿵쿵거리는 생각들
 당신을 미치게 하는 생각들
 미쳐 가는 당신을 조롱하는 생각들
 당신을 침대에서 벌떡 일으키는 생각들
 당신을 고무(鼓舞)시키는 생각들 순식간에
 당신의 고무를 무화시키는 생각들
 당신을 돌처럼 굳어 가게 하는 생각들
 당신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 생각들
 머리부터 발끝까지 당신을 무덤으로 만드는 생각들
 무덤 속에서 당신의 머리칼을
 손톱을 자라게 하는 생각들
 죽어도 죽지 않는 생각들
 관 속의 뼈들을 달그락거리게 하는 생각들
 무덤이 파헤쳐지고 장대비가 쏟아져도
 백 년 이백 년 당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는 생각들
 당신의 텅 빈 해골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
 가차 없는 생각들

 
[오후 한詩] 생각들/황병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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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덥다. 더우니까 잠도 오지 않고 생각만 많아진다. 처음엔 그저 그런 사소한 생각들로 시작되었다. 내일 점심엔 무얼 먹을까, 김 대리는 도대체 왜 나한테 인사를 하지 않는 거지, 이번 휴가 땐 속초에 갈까 해운대에 갈까, 참 재산세는 냈나, 뭐 그런 생각들 말이다. 그런데 자꾸 생각을 하다 보니까 자꾸 딴 생각들이 들고 자꾸 딴 생각들이 들다 보니까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급기야 어떤 생각은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시인의 말처럼 생각은 결코 봐 주질 않는다. 이러다 죽어서까지 생각만 남아 내 해골 속을 떠도는 건 아닐까 싶어 더럭 겁이 나기까지 한다. 자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한번 생각해 보자. 내가 생각을 생각하고 있는가, 생각이 생각을 생각하고 있는가, 생각이 생각하고 있는 나를 생각하고 있는가. 과연 누가 진짜 주인인가.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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