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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한詩]쌍칼이라 불러 다오/윤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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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칼,

 그의 결투는 잔혹하다
 어지간히 무거운 상대라도
 높이 들어 올리면
 전혀 맥을 추지 못한다
 지게차의 작업은 그렇게 냉정하다
 일말의 동요도 없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대의 중심 깊숙이
 두 개의 칼날을 밀어 넣는다
 아무 표정 없이 들어 올린다
 그의 무게중심을 흩뜨리지 않는다
 그를 자신보다 높이 추켜올린다
 쌍칼의 공격을 막아 내는 것을 보지 못했다
 완벽한 전술이다
 그를 오래 보고 있으면
 결투의 원리를 알 것 같다

 
 능글맞은 시가 있다. 이 시가 그렇다. 이 시는 세상의 어떤 이법을 전한다. 그것은 "결투의 원리"다. '상대의 가장 낮은 곳을 찾아 그곳에 두 개의 칼날을 밀어 넣어라. 그리고 자신보다 높이 추켜올려라. 상대가 아무런 의심 없이 희희낙락거리고 있을 때, 바로 그때, 번쩍 들어 올려라.' 참으로 쉽고 그럴듯하지 않은가. 쌍칼이여, 우리 그대를 까맣게 잊고 지내는 동안 그대는 드디어 검신의 경지에 올랐구나. 적은 쓰러졌으되 그대의 칼날에는 피 한 방울 맺혀 있지 않으니 귀신 또한 놀라 입을 벌리고 얼굴빛이 변하리라.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이제는 쌍칼이 좀 이겼으면 좋겠는데,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쌍칼들은 매일 지고 또 지고 마는 걸까. 왜 그럴까, 정말. 어떤 시는 능글맞아서 차라리 처연하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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