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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바꿔봐요]'직접시공'의 허와 실③…안전관리비가 아니라 안전관리가 중하다

최종수정 2016.07.28 10:37 기사입력 2016.07.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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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외길 건설엔지니어'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의 주문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이순병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지금 국회에서는 '청년실업'과 '안전의 외주화' 문제를 풀기 위하여 직접시공을 의무화하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노동계는 아예 직접시공제를 전면 도입해서 현행 하도급구조를 근본적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합니다.
또 고용노동부는 원청자의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표준하도급계약서에 원청자에게 안전관리 의무를 추가하기 위한 근거로 안전관리비를 부담하도록 명기하는 면밀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법이나 제도 또는 관행에 문제가 많으면 고쳐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을 고치기 전에 기본으로 돌아가 원칙을 짚어보는 절차도 있어야 고쳐진 후에 시장에서 바르게 작동할 것입니다. 차례차례 짚어봅니다.


법은 시장에서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원청사에게 공사의 일정 비율을 직접시공하도록 의무화하면 안전문제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는 주장에서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죠. 그런데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원청사가 공종별(철근콘크리트공, 기계설비공 등)로 전문건설회사에 하청을 주는 문제와 재해유형(추락, 감전사고 등)은 다른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의 일반건설회사들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는 원인 중의 하나가 회사마다 토목, 건축, 플랜트, 주택 등 전 분야를 다루는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가 종합심사낙찰제(종심제)등의 제도를 도입하여 회사별로 특정분야에 강점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일반건설회사가 직접시공을 결정하는 기준은 회사가 어떤 분야를 전략적으로 키울 것인가 하는 원칙에 관한 문제이지, 재해가 많이 나는 공종을 기준으로 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전관리비나 품질관리비 등을 아예 법에서 정해 놓고 비용을 쓴 만큼 정산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매우 선진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후진적입니다.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라고 발주자가 설계에 이 비용을 넣어주었더니, 입찰하는 회사가 이 금액을 깎아서 낙찰을 받고 안전관리를 부실하게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입찰할 때 이 금액을 깎지 못하게 하고 현장에서 안전관리 용도로만 쓰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공사 입찰을 할 때 안전이나 품질관리비를 의무적으로 지정하지 않습니다. 응찰자는 그 나라의 법과 제도, 그리고 공사 계약서에 맞도록 실제 현장에서 투입될 비용을 자기 입찰금액에 넣으면 됩니다. 그게 원칙이 아닐까요?

영세한 일반건설회사들이 소규모 공사를 수주해서 현장관리를 부실하게 하는 것이 문제라면 현재 시행중인 공사감리업무에 안전관리가 이미 포함되어 있으니 감리업무를 제대로 하도록 보완하든가, 그것도 미심쩍으면(?) 현장의 안전이나 품질관리 등의 항목을 아예 원도급계약서에서 빼고 발주자가 직접 안전전문용역사에 맡기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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