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경영 실적 내고도 점포 절반 통·폐합…예비 본부장만 따로 워크숍까지 개최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몇 개월 뒤면 첫 아이도 태어나는데 저 잘리기 싫어요. 일하고 싶어요. 일한지 5년도 안됐는데 희망퇴직 대상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버티면 마음대로 자르지는 못 하겠죠. 그렇지만 제대로 된 직무를 못 받으니까 최하위 고과를 계속 받을 수밖에 없게 되잖아요. 그때는 더 이상 눈치 보면서 있을 수가 없어요."
A손해보험사 주임 김모(가명·32)씨는 28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절박한 목소리로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다. 김씨는 "회사가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도 아니고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직원들을 희망퇴직자로 몰아내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며 "말 한마디 없이 희망퇴직자 대상이라고 온 메일 한 통이 전부"라고 말했다.
김씨를 포함한 희망퇴직 대상자가 된 직원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지난 주말에 있었던 워크숍이다. 지난 25일 A사는 다음달부터 통·폐합될 지점을 관리할 예비 본부장 100여명만 서울 연수원에 따로 모아 조직 개편과 관련된 설명회를 개최했다. 김씨는 "본부장 될 사람들을 불러서 지금 지점장 중에 데려갈 만한 사람들을 선택하라는 얘기를 본사에서 했다"며 "주변 사람들이 자기만 연락을 받아 미안하다고 하는데 직원들을 이런 감정까지 느끼게 만드는 회사가 너무하다"고 토로했다.
사실상의 '강제퇴직'에 가까운 희망퇴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A손해보험사는 지난해 3월에도 지역단 형태의 관리조직을 축소하면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당시 희망퇴직 대상자였지만 이를 거부한 직원은 '민원관리팀'을 신설해 이곳에 보직을 주면서 '잉여 인력'으로 만들었다. 김씨는 "민원관리팀에는 입사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과장 직급을 달고 있는 분도 계시다"며 "업무 자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대우 자체도 형편없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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