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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人의 대배우와 햄릿…"언제 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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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2일 개막하는 연극 '햄릿'서 호흡 맞춰

9人의 대배우와 햄릿…"언제 보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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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연기 인생을 모두 합치니 422년. 배우 아홉 명이 한 무대에 오른다. 권성덕(75), 전무송(75), 박정자(74), 손숙(72), 정동환(67), 김성녀(66), 유인촌(65), 윤석화(60), 손봉숙(60)이 내달 12일 개막하는 셰익스피어의 연극 '햄릿'에 출연한다. 고 이해랑 선생(1916~1989년)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사 신시컴퍼니와 국립극장이 마련한 자리다.

배우부터 연출 손진책(69), 프로듀서 박명성(53)까지 모두 이해랑 연극상 수상자들이다. 전례 없는 구성으로 '배우의 예술이 무엇인지' 보여줄 참이다. 공연장은 해오름 극장, 좌석 600석이다. 연극의 영향력이 날로 약해져가는 상황이라 거장들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손 연출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욕심을 좀 냈다. 이 배우들로도 제대로 된 연극을 만들지 못하면 다들 '한국 연극 문제 있구나' 생각할 것이기에 부담이 된다"고 했다. 박정자는 "'거장'이란 타이틀이 짐스럽다"고 했다.

이해랑 선생은 배우 출신 연출가다. 배우로서는 크게 빛을 보지 못했으나 1950년 국립극장 개관 이후 전속극단 신협의 창립인과 대표를 맡아 연출가로서 능력을 발휘했다. 국내 최초로 햄릿을 전막 공연했다. 1989년 4월 8일 별세했을 때도 햄릿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손진책 연출(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손진책 연출(사진=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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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연출은 "이해랑 선생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참 어려운 작품이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삶이란 무엇인지 묻는다. 목숨을 버려도 살 수 있고, 살아도 죽을 수 있는 게 인간의 삶이다. 그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고 했다.
'햄릿'을 맡은 유인촌은 "여섯 번째 햄릿이다. 과연 이 나이에 이 역할을 맡아도 되나 하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어떤 연극보다도 훨씬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마치 처음 연기하는 것 같다. 흥분된다"고 했다.

손숙은 "외국 작품을 보면 배불뚝이 오셀로가 있고 머리가 벗겨진 햄릿이 있다. 유인촌이 연기하는 햄릿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젊은 배우가 저렇게 연기할 수 있을까 싶다"며 "나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려도 될 것 같다"고 했다.

'햄릿'의 등장인물 중 여성은 윤석화가 맡은 '오필리어'와 손숙이 맡은 '거트루드 왕비'다. 하지만 배우 아홉 명 가운데 다섯 명이 여자다. 박정자는 '플로니어스', 김성녀는 '호레이쇼', 손봉숙은 '로젠크란츠' 역을 맡았다. 전무성이 '레어티즈', 권성덕이 '무덤지기', 정동환이 '클로디어스'를 연기한다.

작가 배삼식(46)은 간결한 구조로 햄릿의 리듬감을 살렸다. 과거와 현재, 서양과 동양,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을 넘어서는 햄릿을 만들 예정이다. 손 연출은 "원작에서 남성 욕망의 대상으로서 침묵 속에만 있던 여성들의 내면을 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낼 예정"이라고 했다.

정동환(사진=신시컴퍼니 제공)

정동환(사진=신시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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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의 무거운 주문이 쏟아지자 거장들도 쉽지 않은 기색이다. 박정자는 관객을 앞에 두고 대사를 하얗게 잊는 꿈을 꿨다. 정동환은 "연출이 '이때까지 연기 많이 했으니 연기 좀 하지 맙시다'라고 한다.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인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성녀는 연출가의 부인이다. 그는 "가장 진솔한 연기를 보여주라는 게 연출의 요구인 것 같다. 기술보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겠다"고 했다. 이러한 연출의 요구는 이해랑 선생의 가르침과 맞닿아있다. 전무송은 "선생은 늘 '진솔하게 느껴서 표현하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무대 디자인은 배우들의 연기가 돋보이도록 간소화됐다. 손 연출은 "나이가 드니까 그런 스펙터클보다는 본질적인 것에 집중하게 된다"며 "배우들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볼거리가 되는 연극을 만들겠다"고 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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