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업 지각변동②
반값수수료 조정에도 부담감 여전…"가격파괴 시장진입자 등장 환영할 수밖에"
美·日 등 수수료 2~10%로 높지만 감정평가·사후관리 등 '체감만족도' 높아
"이대로라면 수수료 체계 일부 개편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올 수 있어"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직장인 김모(30세ㆍ남)씨는 지난해 겨울 서울 은평구에 3억6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중개수수료로 120만원을 냈다. 법정 수수료율인 0.4%보다 다소 싸게 거래를 한 셈이다. 하지만 김씨는 속으로는 '비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거주하기 시작한 이후 주차공간이 부족하고 뜨거운 물이 잘 나오지 않는 등 불편한 점이 발견되면서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김씨는 "매물을 단순히 소개하는 수준 같은 업무에 10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는 건 요즘 말로 '가성비'가 너무 떨어진다"며 "주거기간 동안 발생할 문제점까지 살펴줬더라면 덜 억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같은 불만에 따라 지난해 이른바 '반값 수수료' 방안을 시행했다. 주택 매매의 경우 6억원 이상부터 9억미만 구간을 신설, 수수료 최대한도를 0.5%로 정했다. 또 전ㆍ월세 거래는 3억원 이상부터 6억원 미만까지는 0.4% 이하로 조정했다. 매매 기준 0.9%, 임대차 기준은 0.8% 이하에서 합의할 수 있도록 하던 이전 규정보다는 수수료 수준이 낮아진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학교 교수는 "부동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중개업자들은 그만큼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며 "시대 변화에 따라 정부가 규정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것도 때늦은 조치였다. 수수료 규정이 바뀐 것은 무려 12년만이었다.
이렇게 법규가 바뀌었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부담감을 토로한다. 그러다보니 '가격파괴'를 선언한 변호사 등 시장 진입자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 중개법인인 '트러스트 부동산'은 매매 2억5000만원 이상, 전ㆍ월세 3억원 이상의 매물에 대해서는 법률자문 수수료 명목으로 99만원을 받는다. 10억원 짜리 주택을 거래한다고 봤을 때 공인중개사는 900만원을 받을 수 있어 수백만원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공승배 트러스트부동산 대표는 "수수료가 굳이 집값에 비례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집주인과 중개사의 이해관계가 같아지기 때문에 싸게 사고싶은 수요자로서는 불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수수료 수준에 대해서도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일본, 영국, 호주는 2~5%, 미국과 프랑스 등은 4~10%의 수수료율 체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업무범위는 좀더 넓다. 중개부터 위탁계약 대리, 임대료 수납, 감정평가 등을 원스톱으로 수행하며 사후관리까지도 맡는다. 이에대해 심교언 건국대학교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물건을 맡기면 2주 안에 최근 부동산 동향과 물건의 상세한 분석을 담은 3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만들어오고 2주안에 계약을 체결해줄 것을 명시한다"면서 "국내의 중개업이 지금 수준에 머문다면 수수료 얘기가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철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ㆍ국책사업감시팀장은 "새로운 중개업무 서비스 업체의 출현은 소비자 입장에서 다양한 채널이 생긴 것이므로 환영할만한 부분"이라면서도 "영세자영업 수준의 중개업자가 많아 무조건 시장논리로만 접근하기도 어려운 만큼 수수료 체계를 일부 개편하는 방법으로 업역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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