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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일 수도 있던 내가,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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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여성 혐오' 묻지마 살해 피해자 추모 포스트잇 물결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당신일 수도 있던 내가 감히 명복을 빌고 갑니다." "내가 그 자리에 없었기에, 그저 당신이 그곳에 있었기에."

19일 오전 7시30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 앞. 강남 한복판에서 모르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20대 여성을 추모하는 포스트잇이 빼곡히 붙어 있다. 애도의 마음을 담아 국화를 놓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
출근 길 시민들은 가는 길을 멈추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포스트잇에 담긴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지난 17일 새벽 1시 강남역 인근 건물의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A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 김모(34)씨는 "평소 여성들에게 무시를 받았다"면서 아무 관계도 없는 A씨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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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관계도 없는 여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 사건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강남역 10번 출구에 국화꽃 한 송이와 쪽지 한 장을 적어 추모하자"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 글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졌다.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들도 온·오프라인에서 추모 움직임에 동참했다. 배우 강예원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피해는 한 명의 여성이 당했고, 범인은 한 명의 남성이지만 우리 모두가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 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가까운 남성에게 살인을 당한 여성은 91명으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 자료를 보면 성인 여성 중 절반 이상이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것으로 응답했다.

이번 살인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여성 혐오'가 부른 묻지마 살인이라는 점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흉악 범죄 대상이 될 수 있고, 여성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강남역 추모의 포스트잇 중에는 "오늘도 저는 운이 좋아서 살았어요. 미안해요." "한국에서 묻지마 살인이라 불리는 사건 피해자 중 절대다수는 여성." "묻지마가 아니다. 여자이기 때문에." 등의 내용이 있었다.

강남역 앞에서 만난 20대 여성 최모씨는 "강남역이라는 장소는 새벽에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인데 그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이 더 충격이었다"면서 "언제 어디에서나 (여성 상대) 살인사건이 일어날 수 있고, 내가 그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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