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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환 금융硏 원장 "지금은 실물의 위기…비즈니스모델부터 바꿔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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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신성환 금융연구원장에게 듣는다…구조조정 경제 판을 뒤집는 문제,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풀기 힘든 상황…해결방법 달라 위기상황 상당기간 지속

신성환 금융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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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의사결정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는 일이죠. 결정하는 사람 따로 있고, 책임지는 사람 따로 있으면 안된다는 얘깁니다. 어떤 조직이든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는 데, 구조조정의 과정에서도 이같은 대리인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요"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사진)은 사뭇 민감할 수도 있는 구조조정 이슈에 대해서 에둘러 말하지 않았다. 직설 화법을 사용했다. 대화는 겉돌지 않고 핵심으로 바로 들어갔다. 신 원장은 "자기돈이 아닌 주체가 특정 문제를 놓고 의사결정을 하면 언제나 크든 작든 대리인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신 원장은 "예컨대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조선사를 다운사이즈 할 것인지, 둘을 하나로 합칠 것인지와 같은 의사결정은 산업의 판을 뒤집는 문제"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선 이런 의사결정을 누가 하고,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하는 대리인 이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여기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를 어떻게 줄여나가느냐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금융전문가 다운 통찰력 있는 분석이다.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 원장실에서 신 원장을 만나 금융계의 현안에 대해 들었다. 금융권의 핫 이슈인 구조조정 문제의 진단과 해법에 대해서도 물었다. 신 원장은 한 시간 가까이 구조조정을 실기(失機)하지 않는 방법과 금융개혁, 성과주의 등 각종 현안에 대해서 자신의 견해를 소신있게 밝혔다. 재무통(通)답게, '원가'와 대차대조표 등 재무적 개념을 빗대 현안을 풀어냈다.

"지금의 위기는 실물의 위기입니다. 쉽게 말해서 대차대조표 상으로 따지면 왼쪽(차변)의 문제죠. 과거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는 오른쪽(대변)의 문제라고 볼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지금의 위기가 더욱 위험할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신 원장은 현재 경제 상황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현재의 위기는 비즈니스와 기초체력과 관련된 문제라는 것이다. 자금조달이나 파이낸스를 바꾸는 것보다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의미다. 신 원장은 "위기의 본질이 다른 만큼 해결방법도 달라야 한다"며 "대차대조표 왼쪽 부분을 해결하는데는 굉장히 많은 의사결정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온갖 소란이 야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그래서 지금의 위기 상황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신 원장은 금융산업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고 역할을 해왔지만 산업 자체적으로 발전이나 경쟁력은 더뎠다고 진단했다. 신 원장은 "은행은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부분이 너무 크고, 증권사도 브로커리지 수수료 비중이 여전히 큰 것을 보면 금융업의 부가가치가 빠르게 고갈된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이런 부분을 타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신 원장은 금융은 특히 산업의 발전과 진화가 같이 보조를 맞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크라우드펀딩이나 P2P 산업의 경우 금융시장안정과 소비자보호라는 두개의 목적을 위해 규제가 불가피한 상황이 있는데, 이에 맞춰서 규제와 감독체계를 유연하게 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이다.

신 원장에게 최근 핫 이슈인 국책은행 자본 확충에 대해 물었다. 신 원장은 발권력은 최후의 보루로 써야 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신 원장은 "결국 돈에 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원가' 개념인데 발권력을 동원하면 원가개념이 없어진다"고 짚었다. 그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국민 경제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고, 한은의 발권력 외엔 수단이 없을 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는 게 발권력"이라고 강조했다. '원가' 개념이 없는 돈이 나오기 시작하면,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은행 성과연봉제와 관련해선 정부가 밀어부치기 전에 최고경영자(CEO)들이 직(職)을 걸고 이뤄내야 하는 과업이라고 말했다. 신 원장은 "성과주의는 금융사 경영진들이 먼저 이야기했어야 하는 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먼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현재 금융사의 지배구조가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는 일침을 날렸다. "성과주의의 모든 것은 CEO에 대한 평가이슈와 맞물려있다"는 것이 신 원장의 견해다. CEO가 연임되거나 선임되는 과정에서 목표대비 성취의 정도, 경쟁은행 대비 성과가 최대한 많이 공개돼 있다면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CEO 평가 결과를 최대한 공개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이사회가 주축이 돼 최대한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공정한 대안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내집마련 3종세트'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 원장은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이고, 부동산 상당부분이 주택으로 이뤄져있다. 주택을 생활자금화 하는 매커니즘은 상당히 중요하고, 지금 상황에서 더 자유롭게 금융자산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집값리스크'가 주택금융공사란 기관 혼자 떠안게 되는 것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개인들이 집을 갖고 있었을 땐 이 사람들이 파산하면 어떡하느냐에 대한 문제가 있었는데, 이제 그 리스크를 주금공이란 기관 혼자 떠맡게 됐다"면서 "주택금융공사가 가져간 집값 하락의 리스크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어떻게 분산시키느냐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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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환 원장은 누구?…서울대-MIT 슬로안 대학원 석·박사 거친 재무通

신성환 금융연구원장은 전형적인 학자풍의 외모다. 인터뷰 내내 말투도 조근조근하고 목소리 톤도 일정했다. 하지만 구조조정의 원칙 같은 소신을 얘기할 땐 손동작이 커지고 목소리 톤도 높아졌다. 박사학위는 재무(파이낸스)로 받았지만 국내에선 연금 전문가로 통한다. 정부 부처에서 연금 관련 리서치를 많이 했고, 연금 개혁 등이 이슈가 될 때마다 단골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슬로안대학원 경영학 석사와 재무관리 박사를 받았다. 이후 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을 거쳐 1995년 홍익대교수로 재직했다. 세계은행(World Bank) 재무정책실 선임재무역, 한국재무학회 이사, 한국연금학회 부회장 등을 거쳐 지난해 3월 금융연구원장으로 취임했다.

학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연금학회 회장(2013년 1월~2013년 12월), 한국재무학회 부회장(2014년) 등을 지냈다. 대외활동의 무대도 넓다. 기획재정부에서 기금평가단장ㆍ투자풀위원을, 금융위원회에서는 투자풀위원ㆍ시장효율화위원, 금융감독원에서는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보건복지부에서는 국민연금 해외투자기획단, 국민연금 평가보상위원회 등에서 역량을 발휘했다.

▲1963년생 ▲1985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1993년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슬로안 대학원 재무관리 박사▲1993년 한국금융연구원 부연구위원▲1995년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2001 한국채권연구원 자문교수▲1998년 세계은행그룹 재무정책실 선임재무역▲2015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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