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지는 혼인율과 반대로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평균 초혼연령은 남녀 모두 전년보다 각각 0.2세 상승한 32.6세, 30.0세로 나타났다. 여성의 평균 초혼연령이 30대에 진입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결혼을 잘 하지 않거나 늦게하면서 저출산을 피할 길이 없다. 내년부터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절벽 상태에 돌입한다. 2031년부터는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 접어든다는 게 지배적인 예측이다. 인구 감소의 결과는 현재로선 예견하기조차 어렵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소비할 사람도 줄어드는 현실은 단지 경제성장률의 저하라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인적자원이 유일한 성장 동력이라는 한국으로선 문제의 심각성이 훨씬 크다. 한마디로 모든 게 다 사라지고 만다. 거대한 재앙이 된다. 내년 전국 고등학교 입학생 수가 52만1780명으로 올해 58만4672명에 비해 6만2892명 줄어들 것이라는 소식은 대재앙의 전조에 불과하다.
이러한 거대 재앙에 맞서는 우리 사회의 자세는 너무나 안일하다. 물론 정부 대책은 계속 나오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떨어진 지난 2005년 이후 저출산대책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세 차례에 걸쳐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 계획을 제시하고 468개 과제에 152조원을 썼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세대출 지원, 임대주택우선 입주, 출산의료비 본인 부담 폐지, 난임 휴가제 도입, 육아 휴직제 활성화 등이 저출산 대책의 골자가 됐다.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로 저출산의 기조를 반전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당사자들에게 실감나는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현장에선 실감나지 않은 정책, 그리고 돈으로 따져서 얼마 되지 않는 지원책만으로 취업난, 주거난, 육아난을 순차적으로 겪어야 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게다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는 현실 속에서 저출산 대책을 이야기하는 것은 사기극이나 마찬가지다.
이미 거대한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웬만한 대책으론 곤란하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있지 않고선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저출산은 국가안보와 같은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적의 침략으로 나라가 없어지거나 국민이 사라져서 나라가 없어지나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국가안보라는 자세로 특단의 대책을 세운다면 뭔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출산율 회복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라면 이제는 적극적인 이민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저임금 일자리를 중심으로 문호를 개방하거나 결혼 이민을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자세만으로는 안 된다. 우리보다 앞서 저출산과 노령화 문제를 경험했던 일본이 문제 해결에 실패한 것은 소극적인 이민정책 때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단 사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까다로운 이민정책을 갖고 있는 미국이 우수한 인적자원에 대해선 관대하듯이 우리나라도 우수한 인력들을 적극 유치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적 활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인구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도 그러하다.
최성범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