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멕시코의 인연은 110여년 전인 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열강들이 앞다투어 약소국에 대한 식민지 지배를 넓혀가던 시절, 1033명의 동포들은 일본 인력송출회사의 주선으로 저임금 노동자가 팔려가듯이 멕시코로 보내졌다. 기후, 언어, 음식 등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할 틈도 없이 멕시코 사탕수수농장의 혹독한 노역에 시달렸다.
이제 멕시코 내 한인사회는 뿌리를 내렸다. 근면 성실하고 투철한 책임감을 가진 우리민족 고유의 DNA가 발휘되어 건설업, 섬유의류업, 각종 자영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류로 자리 잡았다.
멕시코는 1억2000만명의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47개국과 체결한 FTA(자유무역협정)를 바탕으로 수출과 외국인 투자 유치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 거대 시장인 미국과의 인접성, 값싼 양질의 노동력 등 멕시코만의 주요 경쟁력으로 아메리칸 대륙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다.
멕시코는 중남미에서 가장 큰 수출시장이자 최대 무역흑자국이다. 역대 최장인 15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에도 멕시코 수출은 2012년 90억4200만 달러에서 2015년 108억9200만 달러로 20.5% 증가했고, 무역수지는 64억5100만 달러에서 74억2800만 달러로 15.1% 늘었다. 특히, 최근에는 우리 유통기업 진출 및 한류의 영향으로 현지에서 우리 제품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한ㆍ멕시코 정상외교를 활용한 양국 간 경제협력은 우리 기업의 멕시코 시장공략과 중남미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대인 34건의 양국간 협력 MOU 중 29건이 경제분야 업무협약이다. 그동안 지체되었던 FTA 실무협의를 진행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이다. 멕시코와 FTA를 체결하면 자동차, 전자 등 주력 수출품에 고관세가 철폐되고, 823억 달러 규모의 멕시코 조달시장에 납품할 수 있어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경제사절단의 멕시코 방문성과가 110년 전 조국으로부터 아무런 보호도 없이 낮선 이국땅에서 삶의 터전을 개척한 선배세대의 노력을 헛되지 않게 하고, 한국과 멕시코 양국 모두의 미래 번영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흥우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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