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 '낱말의 습격'
그 모든 일이 끝나고 나서, 혹은 그 모든 일에서 숨돌리고 나서야, '취향'의 세상이 보였다. 취향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을 사는 맛이 취향으로 완성되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됐다. 취향이 그 인간이며 취향이 그 삶의 방향이며 취향이 그 존재의 모든 것이라는 것.
취향이 있기에, 나는 '나'이지만, 그 취향 속에 깊이 갇히며 감당하기 어려운 기쁨과 만족의 생을 누릴 뿐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총을 들고 나타났다. 나와 똑 같은 취향이라는 이름의 총을 든 저격수.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설마 이런 사람이 있을 수 있는가. '저격'이란 말에는 그 예기치 못한 놀라움이 번져있다.
취향이 같다는 것. 그 같은 취향이 서로를 천공에 쏘아올리며 무한대의 깊이로 공명한다는 것. 취향 저격이란 말.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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