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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툭 떨어진 꽃이 톡 터트린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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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위에서 또 한번 피어나는 동백…서천의 3월을 물들이다

빛나는 붉은 꽃잎과 그 꽃을 닮은 노을, 그야말로 마량포 동백숲 언덕은 붉은 세상이다. 나무에서 피고 땅에 떨어져 또 한 번 붉은 꽃을 피운 동백의 처연한 아름다움이 서천에 있다.

빛나는 붉은 꽃잎과 그 꽃을 닮은 노을, 그야말로 마량포 동백숲 언덕은 붉은 세상이다. 나무에서 피고 땅에 떨어져 또 한 번 붉은 꽃을 피운 동백의 처연한 아름다움이 서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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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동백꽃은 3월말에서 4월중순까지 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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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정 오르는 동백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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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한 동백꽃 한 송이가 아이손바닥에서 붉게 빛을 발한다.

낙화한 동백꽃 한 송이가 아이손바닥에서 붉게 빛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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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면 선도리해변은 낙조와 갯벌체험장으로 유명하다. 마량포구 오가는길에 들러볼만 하다.

비인면 선도리해변은 낙조와 갯벌체험장으로 유명하다. 마량포구 오가는길에 들러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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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맞은 주꾸미, 서천의 봄은 맛있다.

철맞은 주꾸미, 서천의 봄은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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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정

동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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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붉은비가 내립니다. 화르르 온몸을 불사르듯 피웠던 동백이 처연한 낙화를 시작합니다. 선혈처럼 낭자하게 떨어진 동백꽃잎들이 어두운 숲은 밝힙니다. 동백꽃이 피고 지는 서천 마량포 동백정에 섰습니다. 바닷가 동백숲 언덕에 빛나는 붉은 꽃잎과 그 꽃을 닮은 노을, 그야말로 온 천지가 붉은 세상 속에 있습니다. 붉고 선명한 동백꽃 송이들이 탐스러운 자태를 드러냅니다. 잎은 잎대로, 꽃은 꽃대로, 떨어진 꽃잎은 꽃잎대로…. 이렇게 숲은 한층 눈부셔집니다. 동백에 홀딱 뺏긴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 주꾸미입니다. 졸깃하게 씹히는 그 맛, 주꾸미들이 통통하게 살찌는 봄날이 왔기 때문입니다. 샤브샤브와 철판볶음, 전골 등 어떤 요리를 하더라도 제철 맞은 주꾸미는 최고의 맛을 선사합니다. 또 있습니다. 아름다운 솔숲과 드넓은 갯벌이 펼쳐진 장항숲입니다. 이곳에는 15m 높이의 스카이워크가 있습니다. 솔향기 맡으며 하늘을 걷는 듯 아찔한 재미가 쏠쏠합니다. 바다와 솔숲, 하늘길이 만났으니 육ㆍ해ㆍ공의 멋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습니다. 오가는 길에 근대문화를 찾아가는 여정도 놓치지 마십시요. 옛 정취 간직한 마을에선 소박하지만 내력 깊은 볼거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따사로운 봄빛을 받은 갯벌은 아이들의 신나는 놀이터가 되기도 합니다. 서천의 봄 여정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들입니다.

서천 여행의 시작은 마량포구다. 마량포는 서천군 북서해안, 말의 머리를 닮은 지형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포구다. 이곳에 마량동백나무숲이 있다. 동백나무숲이야 전국에 많다. 수백~수천그루가 산자락을 덮은 곳도 있고, 남해안 섬들에도 널렸다. 하지만 봄날 마량포 동백숲으로 가는것은 이유가 있다. 바닷가 언덕에 자리 잡은 아담한 정원 같은 숲, 탁 트인 바다 전망, 그리고 제철 해산물로 풍성한 먹을거리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동백꽃이 만발한 동백정을 찾은 여행객들

동백꽃이 만발한 동백정을 찾은 여행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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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 동백숲의 역사는 5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전설 한 토막을 들어보자. 마량의 수군첨사가 꽃 뭉치를 증식시키면 마을에 웃음꽃이 핀다는 꿈을 꾸고, 바닷가에 나가 보니 꿈에서 보았던 꽃이 떠다니기에 심었더니 그게 바로 동백이란다.
안 믿어도 그만인 전설이지만 마량 동백숲은 그 후로 마량리 바닷가의 방풍림 역할을 하며 봄날의 화려함을 피운다.

계단이나 산책로를 따라 동백숲 언덕에 오른다. 잘생긴 정원수를 방불케하는 동백나무에서 꽃들이 '툭' 하고 송이째 떨어진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은 현기증이 일 정도로 처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땅 위에서 또 한 번 붉게 피어난 동백꽃이 환상의 꽃길 터널을 만들어 놓는다.

동백꽃 무리와 2층 누각인 동백정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도 매우 아름답다. 낙조는 오력도로 인해 환상적이다. 옛날 어느 장수가 바다를 건너다 빠뜨린 신발 한 짝이 섬이 되었다는 오력도가 동백정의 붉은 기둥 사이에 자리 잡는다. 동백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동백정에 간다면 붉은 꽃잎에다 그 꽃을 닮은 붉은 노을, 그야말로 온 천지가 붉은 세상 속에 있게 될 것이다. 동백꽃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다.
서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먹을거리가 주꾸미다. 홍원항과 마량포에는 싱싱하고, 졸깃졸깃하고, 오동통한 봄맛이 넘쳐난다.
주꾸미 철판볶음

주꾸미 철판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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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부터 '봄 주꾸미,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다. 주꾸미는 봄에 가장 맛이 있다는 뜻이다. 일 년 내내 잡히지만 산란기(5~6월)를 앞둔 3~4월에 가장 맛있다. 이시기엔 주꾸미의 몸통 속에 밥알 같은 알이 꽉 차 있어 씹히는 맛이 그만이다.

다리 여덟 개의 팔완목(八腕目)에 속하는 주꾸미, 문어, 낙지는 크기만 다를 뿐 모습은 비슷하다. 그러나 다리의 힘에서 이들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낙지와 문어는 물 밖에 나오면 몸통을 가누지 못해 흐느적거리지만 주꾸미는 다르다. 물 밖에 던져 놓으면 벌떡 일어서기도 한다. 물론 금방 쓰러지지만 주꾸미의 그 힘을 어민들은 가장 좋아 한다.

포구에서 만난 한 어민은 "서천 주꾸미의 맛 차이는 뻘에서 나온다"며 "마량 앞바다의 뻘은 미네랄이 풍부해 이곳에서 잡은 주꾸미들의 맛이 뛰어나다"고 자랑한다.

마량포구와 홍원항, 춘장대 해변 일대에 주꾸미요리를 내는 횟집들이 즐비하다. 인기를 끄는 주꾸미요리는 샤브샤브와 철판볶음, 전골이다.
장항 스카이워크

장항 스카이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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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꾸미로 봄맛을 만끽했다면 솔숲이 아름답고 갯벌이 드넓은 장항숲을 가보자. 높이 15m의 스카이워크가 명물이다. 솔향기 맡으며 하늘을 걷는 듯 아찔한 재미가 있다. 바다와 솔숲, 하늘길이 만났으니 육ㆍ해ㆍ공의 멋을 한번에 즐길 수 있다.

나선형 계단을 오르면 굴곡 없이 평지로 이어진다. 나무데크를 깐 곳은 그나마 지나가기 쉽지만 구멍 뚫린 철망을 깐 곳은 고소공포증이 없는 이들도 괜히 아찔해진다. 바닷바람이 심하게 불 때는 스카이워크가 살짝 움직이기에 더 긴장된다.

이곳 소나무는 유독 키가 크다. 스카이워크 옆으로 솔잎이 가득해 싱그러운 솔향기를 맡으며 하늘길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스카이워크 끝은 전망데크다. 바다를 향해 심호흡도 하고, 개미처럼 작은 사람들을 내려다보기도 한다. 탁 트인 전망에 가슴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기분이다.

근대의 풍경을 찾아가는 여정도 흥미롭다. 흔히 '서천 판교마을'로 불리는 서천군 판교면 현암리는 서천에서 시간을 거슬러 여행할 수 있는 장소다.
서천판교마을에서 만난 풍경들

서천판교마을에서 만난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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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퇴해가는 작은 마을이지만 옛것을 좋아하는 이라면 찾아볼만 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 등의 촬영지였던 사진관과 100년 넘은 양조장, 정미소 등이 여태 남아있다. 일제강점기나 1950~70년대에 지어진 고색창연한 낡은 건물들이 영화 세트장처럼 거리 곳곳에 있다. 일제 때 면사무소 건물과 50년대에 지은 극장 건물, 40년째 영업하는 이발소도 남아 있다.

마량 동백꽃 보러 오가는 길에 비인면 선도리해변도 들러보자. 선도리해변은 깨끗한 갯벌과 아름다운 낙조로 유명하다. 봄날 아이들 손잡고 갯벌에서 조개며 해산물을 잡는 가족들의 모습이 정겹다.

서천=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asiae.co.kr
서천여행길

서천여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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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메모
△가는길=
서해안고속도로 춘장대IC에서 21번 국도와 607번 지방도를 타고 30분쯤 달리면 홍원항과 마량포구, 동백정 등이 나온다. 서천 동빽꽃 주꾸미 축제가 25일~4월8일까지 동백정 일원에서 열린다 . 마량포구에서 비인해변은 10여분 거리.판교 근대마을은 20여분 거리다. 장항숲은 마량포에서 해안로를 이용해 40여분 가면된다.

주꾸미 샤브샤브

주꾸미 샤브샤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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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홍원항에 횟집이 즐비하고, 마량포구에도 여러 집 있다. 대부분의 횟집에서 주꾸미 샤브샤브ㆍ볶음ㆍ전골 등 주꾸미 요리를 낸다. 가격은 주꾸미 3~4인분에 5만~6만원 선이다. 홍원항 부근 서산회관은 주꾸미철판볶음요리가 유명하다.


물빠진 서해바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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