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스토리박물관'
54년 국제차량제작사 최무성, 혜성, 순성 3형제는 고물차를 수리하는 기술로 명성을 떨친다. 기자 출신이었던 맏형이 어느 날 말했다. “야, 우리. 만날 망가진 차 부품을 꿰맞출 게 아니라, 직접 차를 만들면 어떨까?” 전설적인 시발(始發)자동차는 이렇게 탄생했다.
김영삼은 엔진을 직접 만들 결심을 한다. 용산의 원효로 주물공장에서 쇳물을 부어만든 야심작을 조립해 시동을 걸었다. 처음엔 엔진 블록이 고열에 깨지고 그 다음엔 실린더 헤더가 갈라졌다. 열한 번의 실험 끝에 이 의지의 한국인은 55년 국산엔진 제 1호를 탄생시킨다. 이 해 여름, 드디어 국산 심장을 장착한 ‘시발’ 이 등장했다. 55년 10월 광복 10주년 기념 산업박람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한대 8만환 하던 6인승 시발은 30만환대로 뛰었다. 택시회사에서도 500여대를 사갔다. 회사 앞에선 차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로 붐볐다. 부잣집 부인들은 계(契)를 조직해 구입을 한 뒤 프리미엄을 붙여 파는 ‘시발투기’를 하기도 했다. 광고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 인기 자동차는, 가다가 가끔씩 이유없이 서기도 했고, 부품이 갑자기 달아나 어이없는 사고를 내기도 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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