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해외 펀드에 투자한다고 하면 단연 중국, 미국, 그리고 범유럽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그마저도 때마다의 유행을 따르듯 남들이 투자한다는 자산군 또는 종목을 쫓아 투자하는 경우가 많으니 안타까울 때가 많다. 세계는 넓고 유행에는 빗겨나 있더라도 분명히 투자 잠재력이 높은 시장은 많다. 일례로 맥주 판매량 등 소비가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독일은 신흥국만큼 변동성이 크지 않은, 선진국 투자의 강력한 대안이라 할 만하다.
최근 12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에서 시장에서 기대하던 양적완화 조치에는 미흡한 결과가 도출됐지만, 이는 오히려 저가로 독일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매력적인 투자기회이다. ECB는 2016, 2017년 연간 CPI 성장률 예상치를 0.10% 하향조정했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정책회의 다음날 ECB가 사용한 정책수단은 특정적으로 제한된 것이 아니고 필요하다면 경제적 자극의 강도를 강화함으로써 인플레이션 안정의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향후에도 ECB는 양적완화 정책을 추가적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양적완화 정책 시행으로 유로화가 평가 절하된다면 유럽의 경제 강국 중 하나인 독일이 가장 큰 수혜국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년 간 유로ㆍ달러 환율이 평가절하될 때마다, 독일 주식시장은 그에 따라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독일의 견조한 수출 기반은 인구 1인당 기준으로 비교해도 중국보다 높은 수준으로, 이로 인해 독일은 유로화 약세에 수혜를 입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주식시장의 측면에서도 독일은 유럽 전반 대비 매력적인 가치평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최소한 지난 5년 이내 이러한 저평가 폭은 현재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의 하락으로 독일 기업들의 이익성장률은 유럽 전반 대비 더욱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해외 펀드 비과세제가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덩달아 해외 펀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2011년 이후 형성된 박스권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제는 필연적으로 해외투자 상품에 주목해야 할 때다. 기존 몇몇 알려진 국가 또는 지역에 국한돼 있는 해외 펀드 투자에서 눈을 돌려 독일과 같은 숨어있는 시장, 겉모습은 화려하지 않지만 내실은 단단한 그야말로 '히든 챔피언'에 투자해보는 것은 어떨까.
곽태선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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