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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음울한 예감'에도 불구하고

최종수정 2020.02.11 14:00 기사입력 2016.01.2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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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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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눈을 떠서 스마트폰을 켭니다. 세계 여러 증시의 지표들을 휙 둘러봅니다. 음울한 생각이 스멀스멀 머릿속을 채웁니다. 사실 그래 봐야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얼마 안 되는 주식형 펀드를 팔기에는 이미 늦었고, 그렇다고 유가나 주가의 하락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에 투자할 깜냥 같은 것은 없습니다.

주가지표를 보면서 공포에 휩싸일 필요까지는 없을 겁니다. 자본시장의 등락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고 단기적으로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정부의 입장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 음울한 예감을 덜어낼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산업과 기업, 그리고 사회가 어두운 터널에 접어들었다는 여러 가지 신호 때문입니다. 최근 만난 투자은행 관계자들은 대부분 앞으로 한 두 해 동안 우리나라에 큰 장이 설 거라 자못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구조조정을 위한 매각기업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지요. 그런데 한 대형 투자은행은 흥미롭게도 올해 중에 한국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습니다. 그 시기가 지나면 별로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한국지사의 인력을 장기전망이 밝은 미국으로 미리 투입하겠다는 전략이랍니다.
컨설팅업계에서도 신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서 신규사업개발이나 성장전략 프로젝트가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가 완연합니다. 대신 수익성개선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기업 매각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략실사 프로젝트가 컨설팅업계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출산 노령화라는 인구구조의 변화와 우리나라 주력산업의 수출 감소가 이런 변화의 원인이라는 진단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너무 늦게까지 이어진 출산억제정책을 비판하거나 노령화를 가속화하고 있는 의료기술의 발전을 한탄해봐야 이미 늦었습니다. 유가하락에 따른 신흥시장 위축이라는 진단 역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무력감을 일으킵니다.

새로운 성장엔진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규성장동력사업을 발굴하려고 애써 왔습니다. 그러나 과연 1990년대 이후 정부가 발굴하여 성장동력으로 성장한 사업이 있는지 냉정하게 자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도성장시기, 정부는 선진국의 발전경로를 분석하고, 주력산업을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내수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도록 하고, 저금리 자금을 전폭적으로 해당산업에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정부가 특정산업을 대놓고 지원할 수 없는 국제환경에 놓여 있습니다. 더 어려운 것은, 어떤 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지 알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전문가회의가 자주 열린다지만, 전문가들이라고 미래를 자신 있게 예측할 수는 없지요.
이런 걱정으로 마음이 복잡해지면 제가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마루180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곳은 아산나눔재단이 운영하는 스타트업의 활동공간입니다. 역삼동 인근에 비슷한 여러 공간이 있고, 광화문에도 있습니다. 대학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곳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옆자리의 재미난 대화를 엿들을 수 있습니다. 세상을 집어삼킬 계획들이 넘칩니다.

물론 직원이래야 몇 명밖에 안되고, 매출은 아직 십 원도 만들지 못한 스타트업들이 많아진다고, 우리의 미래가 바뀔 수 없다고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대기업들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입법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잘 압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곳에서 젊은 친구들은 자신의 에너지를 마음껏 뿜어내고 있습니다. 기존기업들이 그런 기회를 주고 있는지 생각해봅니다. 기성세대가 그들을 입맛에 맞게 길들이려 하지는 않나요?

저출산 노령화가 의미하는 것은, 우리에게 청년이라는 자원이 매우 귀해진다는 뜻입니다. 이 자원이 앞으로 우리사회에서 어떻게 쓰이는가 하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게 될 겁니다. 만일 희망을 간절히 원한다면, 청춘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대치동과 노량진, 그리고 편의점 새벽알바로 그들을 내몰고 있다면 우리 기성세대는 음울한 예감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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