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단', 중국-한국-일본 순으로 전해졌다는 주장 뒷받침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한반도 최초로 '구구단 목간'의 실체가 확인됐다. 기존에 중국, 일본에서 발견된 유물은 구구단을 나열한데 그친 반면, 이번에 확인된 목간은 구구단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문서작성에 활용했던 흔적이 엿보여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6~7세기 백제시대 '구구표'로 밝혀진 목간은 중국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구구단이 전해졌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구구단 관련 유물일것으로 추정만 되던 목간이 전문가 검토 결과 사실로 밝혀졌다. 이 유물은 '구구표(九九表) 목간(木簡)'으로, 구구표는 구구법의 공식을 적은 표이며, 목간은 종이가 발명되기 전 문자기록을 위해 사용했던 목편이다. 이 목간은 한국문화재재단이 지난 2011년부터 시행한 '부여 쌍북리 328-2번지 유적' 발굴조사에서 2013년 다양한 백제시대 유물과 함께 출토됐다.
이 목간은 9단부터 2단까지 칸을 나누어 기록돼 있다. 9단을 가장 상단에 배치했으며, 아래쪽으로 하위 단들을 기록, 각 단 사이는 가로 선을 그어 구분했다. 또한, 같은 숫자가 이어질 경우 반복부호(:)를 사용하였고, 십 단위는 20, 30, 40 등 당시 문자로 표기했다. 목간은 길이 30.1㎝, 너비 5.5㎝, 두께 1.4㎝ 크기로 소나무를 얇은 판재 형태로 가공한 것으로, 한쪽 면에서만 묵서 명이 있었다. 구구단 기재 방식이 기존 중국과 일본에서 발견된 것과 달리 매우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것으로 보여 백제 시대 수리체계가 정립됐음을 보여주는 자료로 판단된다.
최연식 동국대학교 한국사학과 교수는 "이 목간은 구구단을 그냥 적은 것이 아니라 그것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며 "문서를 적었던 하급관리들이 계산기처럼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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