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폐공사 경산화폐본부 르포…6~7공정 거쳐 1달이면 지폐만들어져, 예년에 비해 발행량 감소…조폐공사 신기술 해외수주등 사업다각화 노력중
[경산=구채은 기자] '전 좌석 창문개방', '제차 금지'
27일 오후, 경산역에서 25분거리인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 정문. 철문 앞 표지판에는 붉은색으로 이같은 글자가 써 있었다. 기자단을 태운 버스가 멈추고 조폐공사 직원이 촬영준수사항을 지키겠다는 서약서 나눠줬다. "촬영결과물은 촬영목적에 반하여 사용하지 아니하며, 촬영 중 알게 된 사항을 누설할 때에는 동기 여하를 막론하고 그 결과가 반국가적 행위임을 자인하고 엄중한 처벌을 받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었다.
◆백지가 돈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 1달여 소요
지폐가 생산되는 은행권 전용시설에 들어갔다. 잉크알료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돈 만드는 공장'인 지폐와 주화 생산건물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4계절 내내 온도 23~24℃, 습도 55%내외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동전을 만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다. 밋밋한 소전에 금형을 찍어내는 방식이다. 분당 800장을 만들 수 있다. 크게 압인과 검사, 포장의 단계를 거친다. 김기동 한국조폐공사 화폐본부장은 "동전이나 화폐나 다 열손가락 깨물어도 아프지 않은 곳이 없는 자식같다"고 했다. 그는 "지폐공장이 주화공장보다 인원이 더 많긴 하지만 들어간 정성은 똑같기 때문에 직급이 더 높아야 지폐를 찍을 수 있다거나 하는 차이를 두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화폐본부 곳곳에선 '제품을 내몸같이 품질은 생명처럼'같은 건물에 붙은 표지나 100-1=0(제품을 만드는데 있어서 1%의 실패가 100%의 실패)의 글귀가 써진 상징물을 볼 수 있었다.
◆화폐생산량 장기적으로 줄어…신기술·해외수주 등 사업다각화 노력
문제는 카드결제가 보편화되면서 화폐생산량이 장기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조폐공사가 발행하는 화폐량은 2014년 기준 6억7000만장에 달한다. 2007년 기준 20억장보다 3분의 1 넘게 줄었다. 조폐공사의 화폐사업 매출도 2007년 1453억1000만원에서 2014년 835억3500만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총매출에서 화폐사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31.9%로 2007년(61.3%)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이런 불황을 조폐공사는 사업다각화와 해외수출을 통해 뚫고 있다. 최근 조폐공사가 공을 들이는 신기술에는 '짝퉁방지기술'이다. 위조나 변조를 방지하는 보안코드나 필름, 용지를 개발하는 것이다. 취업이나 밀항, 대출이나 탈세를 위해 졸업증명서나 재직 증명서, 의료 처방전,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위조자체가 어렵도록 특수물질이나 보안패턴을 만드는 것이다. 브랜드보호기술에도 적용된다. 예컨대 각도를 조금 기울이면 正(정)자가 品(품)자로 바뀌는 잠상기술이나 칩을 넣어서 계량기 숫자의 조작여부를 판가름 할수 있는 '전자봉인 보안모듈' 같은 기술, 눈에 보이지 않는 QR코드와 암호화된 개별정보를 스마트폰앱으로 확인해 위조를 확인할 수 있는 암호화 보안코드와 같은 신기술이 그 예다.
김화동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며칠 전 중국의 100위안이 위변조 탓에 새로 발행됐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면서 "한국은행에서 위변조기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조폐공사도 기술적인 측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김 사장은 "현재의 홀로그램 대신 특수 홀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선보이려 노력하고 있고, 은선은 현재보다 폭을 넓게해 은선 안에 움직이는 현상들을 다양하게 하는 기술을 적용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산 =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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