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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폭기 격추' 재조명되는 러시아·터키의 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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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지난 24일(현지시간) 터키가 러시아 수호이-24 전폭기 1대를 격추시키면서 역사적으로 앙숙이었던 양국 관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폭기 격추 소식이 전해진 직후 테러리스트의 공범이 등 뒤에서 칼을 꽂은 행위라며 터키를 겨냥했고 25일에는 이번 사건을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이 이처럼 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터키와 러시아 모두 양측에 구원(舊怨)이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4일 러시아와 터키의 앙숙 관계가 오늘날 중동과 동유럽의 지정학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조망했다.

터키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절 아시아·유럽·아프리카의 3개 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건설했다.

오스만 제국이 점차 쇠약해지던 18~19세기는 러시아 제국의 확장기였다. 동토(凍土)의 나라 러시아에는 얼지 않는 항구가 필요했고 이에 따라 남하 정책이 추진됐다. 러시아의 남하 정책은 흑해는 물론 지중해와 팔레스타인 땅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오스만 제국과 충돌은 불가피했다.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고 대부분 오스만 제국의 세력 약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1853년 시작된 크림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남하정책은 제동이 걸렸다.

러시아의 세력 확장을 불안하게 느낀 영국과 프랑스가 오스만 제국 지원에 나섰기 때문이다. 크림전쟁은 유럽 대륙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연합군이 결성돼 치러진 전쟁이었다. 또 크림전쟁은 이슬람교를 대표했던 오스만 제국과 그리스 정교를 받아들였던 러시아 간의 종교적 충돌이기도 했다. 크림전쟁은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패한 전쟁이지만 오스만 제국이 승리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영국과 프랑스가 원하는 결과를 얻은 전쟁이었다. 러시아는 크림전쟁 패배하고 약 20년 후 터키와 다시 전쟁을 벌여 승리했다.

러시아의 남하정책은 흑해 연안에 살고 있던 무슬림들에 대한 대량 학살로 이어졌다. 1864년에는 러시아군이 체르케스 지역에서 대량학살을 저질렀는데 학자들은 이를 유럽 땅에서 벌어진 첫 현대판 제노사이드로 보고 있다. 체르케스 지역은 지난해 겨울올림픽이 열렸던 소치를 포함한다. 이에 체르케스의 후손들이 지난해 소치 올림픽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약 500만명의 터키인들이 자신은 체르케스인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러시아군 때문에 목숨을 잃은 체르케스인이 최대 100만명에 이른다는 주장도 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져 오스만 제국 군대가 적국인 러시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아르메니아인들을 대량 학살했다. 오스만 제국은 자국에 살던 아르메니아인들을 러시아로 추방했고 일부는 오늘날 아르메니아 땅에 정착했다. 아르메니아 땅은 19세까지만 해도 오스만 제국 영토였다. 1914~1922년 기간 동안 오스만 제국은 약 500만명의 자국 국민들을 학살한 것으로 추산된다.

요컨대 러시아는 오스만 제국의 쇠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국가 중 하나였던 셈이다. 러시아의 세력 확장과 오스만 제국의 쇠락이 맞물리면서 동유럽과 발칸 지역에서는 민족주의가 대두됐고 이는 이 지역이 오늘날 유럽의 화약고로 불리는 원인이 됐다. 오스트리아와 헝가리의 충돌은 결국 세계 1차대전으로까지 이어졌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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