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도너츠, KFC, 피자헛, 맥도널드 등 글로벌기업들 약속 지키지 않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최근 한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이라는 책입니다. 필리프 스콰르조니 프랑스 작가가 쓴 만화책입니다. 무겁고 학술적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그림과 함께 썼습니다.
내용 중 한 장면이 뇌리에 강하게 꽂혔습니다.
상상이 되는지요? 낙하산을 펴려고 손을 뻗었는데 아무 것도 잡히지 않는 현실. 필리프 스콰르조니는 다시 이렇게 이어갑니다.
"잘못된 것을 안 순간 그땐 이미 늦었다. 아래를 보면 시속 200㎞ 속도로 땅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추락하는 동안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할 수만 있다면' '조금 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이란 생각을 수없이 하지 않았을까."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 4차 평가보고서에 참여했던 스테판 알르가트 기후경제학자는 "몇몇 연구에서 해수면이 50㎝ 상승하면 1억 명 이상의 인구이동이 일어난다"고 설명합니다. 낮은 지역이 바다에 잠깁니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난민'이 생깁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자본주의의 거대기업들은 산림훼손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대량 생산을 통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길 뿐 지구 온난화 해결 노력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해외과학매체인 뉴사이언티스트는 최근 '거대기업들이 산림파괴에 대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거대기업들의 이 같은 행태는 '지구 온난화 2℃'를 유지하겠다는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비난했습니다. 앞서 기후경제학자의 진단처럼 지구 평균 기온이 2℃ 이상 상승하면 해수면이 높아져 많은 기후변화 난민이 생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른바 '재앙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죠.
오는 12월에 파리에서 열리는 UN 기후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위기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까요? 문제는 '회의'가 아니라 '행동'에 있습니다. 2014년 9월 '뉴욕선언(New York Declaration on Forests)'에서 글로벌 거대기업들은 산림훼손 비율을 낮추자는 데 합의를 했습니다. 당시 던킨도너츠, KFC, 피자헛, 맥도널드 등을 포함한 300개 거대기업들이 그들의 상품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산림훼손을 2030년까지 줄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 같은 '회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진전된 '행동'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같은 청원에 사인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연간 숲의 훼손비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며 대기업들이 14개월 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림훼손은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전문가들은 산림훼손이 중단되면 매년 50억~80억 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는 전체 온실가스배출량의 5분의1에 해당되는 규모입니다.
스티브 스와츠만 워싱턴 환경방어펀드 관계자는 "삼림훼손을 중단하는 것이 온실가스를 줄이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라는 재앙이 닥치기 전에 기업은 물론 전지구촌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하나된 목소리입니다. 더 늦기 전에.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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