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모든 요인들이 한꺼번에 나빠져서 총체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을 가정해 보고 선제적 대응을 하기 위한 준비 작업이 스트레스 테스트인데 현재의 한국 경제 역시 스트레스 테스트를 해봐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한계기업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 역시 감지되는 위기 징후 가운데 하나이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외부감사를 받는 2만5000여개 기업 가운데 한계기업의 비율은 지난해 말 15.2%로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보다 크게 높아졌다. 조선의 경우 한계기업 비율이 18.2%로 5년 전보다 세 배나 급증했고 운수업은 두 배가 늘었다. 철강과 기계 등의 분야에서도 부실화 징후가 뚜렷하다.
더 불편한 진실은 한계상황에 내몰린 기업에 대기업 숫자가 예전보다 훨씬 많이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기업은 계열사와 1차, 2차, 3차 협력사들이 고구마줄기처럼 달려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 기업이 많아서 한 번 문제가 생기면 피해가 양산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 부실이 급속히 전이되고 경제 전체에 충격을 준다. 요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대우조선해양만 보더라도 자회사, 계열사, 협력사가 무려 113개나 되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무려 4조원이 넘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기업 집단의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그 충격이 고스란히 금융기관으로 전이될 것이고 금융기관의 부실화는 멀쩡한 다른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외부에서 발생한 작고 사소한 사건만으로도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경제절벽'이 갑자기 닥칠 수 있는 것이다.
설마 이런 일이 동시다발로 발생할 확률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부실기업이 동시에 쏟아졌을 때 생사의 우선순위와 원칙을 어떻게 가져갈지, 구조조정을 누가 주도할지, 기업구조조정 관련법에 걸림돌이 없는지 등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했던 것처럼 대형 부실기업의 경우 우량부문과 부실부문으로 쪼개어 부실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우량부문은 지원해서 사모펀드(PEF)나 국민연금을 포함한 기업구조조정 펀드에 인수시키는 등 각종 대책을 마련해 둬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 도산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이미 부실 징후가 확실한 기업들부터 속도감 있게 처리해 나가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효율적이고 신속한 처리는 그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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