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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한 편의 시, 영화 그리고 따뜻한 지역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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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수 장흥 부군수"

서은수 장흥 부군수

서은수 장흥 부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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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은 신용호 창립자의 제안으로 지난 1991년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을 운영하고 있다. 1년에 4번씩 계절별로 글을 올려 지금까지 총 69편의 시구를 소개하였다. 교보생명측은 지난 25년 동안 오르내린 글판 중에서 ‘내 마음을 울리는 시구’를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난 10월 14일 발표했다.
1위는 2012년 봄, 나태주 시인의 ‘풀꽃’에서 가져온 시구였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예쁘다/너도 그렇다.”두 번째는 2011년 여름편으로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에서 따온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였다. 투표 참가자들은 그 동안 광화문 글판을 보면서 느낀 감회도 남겼다. 길을 걷거나 버스를 타면서 글판을 보고 위안은 얻으며 힘든 시간을 이겨냈다는 사연도 전해진다.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한편의 진실하고 아름다운 글귀가 때로는 큰 감동과 위안을 주기도 한다. 글과 독서를 비롯하여 연극,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는 우리의 삶에 큰 힘과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계층간, 지역간 소득 불균형의 폭이 점차 넓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속에서, 도시와 농촌 지역 주민간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접근성의 격차는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된다.

지난 8월 발표된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 대상 ‘지역주민 삶의 질 만족도 조사’에서도 교육, 교통, 주택, 산업 등 상대적으로 주민 생활에 필수적인 인프라가 잘 갖춰진 수도권과 대도시에서 만족도가 높은 반면 농촌은 낮게 나타났다. 특히 지방은 도시에 비해 교육, 문화, 산업, 경제, 교통 등의 분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이 마무리되어 가운데 나주 소재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에서는 인력 유출과 퇴직자 증가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자녀 교육, 주택 등을 이유로 지방 이주를 꺼리기도 하지만, 열악한 문화 인프라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급속한 산업화는 지역에 많은 생채기를 남겼다. 지역 영화관도 그 중 하나이다.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 보면 농촌에도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는 영화관이 하나씩 있었음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산업화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소규모 영화관은 하나, 둘씩 사라져 갔다. 현재 전라남도 내 영화관은 순천, 여수, 목포, 구례 등 4곳에 불과하다. 영화관은 지역민들이 가장 저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문화 시설이다. 그 동안 장흥 군민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 관람료보다 많은 경비지출을 감수하면서 목포나 광주 등 인근 도시로 갔다.

그런데 지난 10월 19일 장흥에 작은 영화관이 문을 열면서 군민의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장흥국민체육센터 4층에 ‘정남진시네마’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작은 영화관은 장흥군민의 문화생활 기회를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다. 정남진시네마는 도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민선 6기 전라남도 역점시책으로 추진한 ‘작은 영화관’1호점이다.

총 사업비 13억 원이 투입된 정남진시네마는 옥외 휴게시설을 비롯하여 2개 상영관 총99석의 객석과 매점 등을 구비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연중무휴로 1일 5회 최신 개봉영화를 상영한다. 관람료는 대도시 영화관의 60% 수준인 일반영화 5,000원, 3D영화 8,000원으로 도시 영화관보다 저렴하다. 개관한 지 채 한 달이 안됐지만 운영자측은 어느 지역보다 작은 영화관 운영이 순조롭다고 전했다. 그동안 문화적 소외감을 겪은 장흥군민들이 참아왔던 문화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것으로 보인다. 인구 집중도가 높은 장흥읍의 특성과 강진, 보성, 완도 등 인근 시군과 지리적 접근성도 좋아 앞으로 영화관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번 작은 영화관 개관은 주민들의 문화적 욕구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는 커다란 계기가 될 것이다. 그 동안 토요시장과 우드랜드 등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달려온 지역민들에게 문화생활 향유의 기회도 제공함으로써 삶의 만족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장흥은 민선 6기 ‘어머니 품 같은 장흥’을 비전으로 휴식과 치유를 테마로 한 문화관광 시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장흥은 예로부터 문림의향의 고장으로 한국 가사문학의 효시인 백광홍 선생을 시작으로 이청준, 한승원 등 최다수의 현대문학 작가를 배출한 지역이다. 최근 10년 동안 토요시장과 우드랜드를 지역 관광명소로서 가꾸어온 자부심도 있다. 역사적 자산·전통과 천혜의 자연경관, 그리고 지역발전 성과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휴식과 치유의 문화관광을 발전시켜 나갈 때이다. 멀지 않은 장래에 토요시장과 우드랜드를 찾은 관광객이 한 편의 시구를 읽고 몸과 마음의 휴식과 위안을 얻는 날이 올 것이다. 문화와 관광의 접목, 장흥의 미래이다.



노해섭 기자 nog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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