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가계경제가 여전히 어렵고 빠듯하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 중에 살림살이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의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32위로 바닥을 헤매는 것이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통계수치로는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있는데 가계살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순적 괴리에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자녀 사교육비 부담이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런 통계자료 차이가 정부의 사교육비에 대한 안일한 자세를 반영하는지 모르지만 사교육비 문제야말로 정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다. 사교육비 부담은 주로 30대에서 50대의 부모들이 부담하는데, 이들의 소득이 아무리 올라간다 해도 두 자녀에 대한 사교육비로만 한 달에 200만원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평균 가계소득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는 정말로 허리가 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친 사교육비 부담은 결국 저출산으로 이어지게 되고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사교육으로 좋은 인재가 양성된다면 보람이라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교육은 오로지 대학입시만을 목표로 지식전달형으로 이뤄져 글로벌시대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청소년들의 공부량은 세계 1위지만 우리나라의 노벨상 수상은 전무하다. 영어 사교육비가 GDP의 0.6% 규모인 6조원에 달하지만 외국인과 제대로 대화도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미국의 대학원 과정에서도 한국 유학생들은 여전히 영어도 못하고 발표나 토론도 잘 못하는 학생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의 입시제도하에서는 사교육비 근절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 사교육의 근절을 위해서는 입시제도를 비롯한 교육혁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교육정책은 입시만 있는 것이 아니고 해외인재의 영입까지도 생각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입시제도를 조금만 건드려도 엄청난 여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되기에 대통령이 나서지 않고는 이를 감당할 수 없다.
단순히 사교육비나 입시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행복이 달려 있고 국가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에 대통령이 진두지휘해야 하는 것이다. 창조경제를 하려면 창조적인 인재양성이 먼저 이뤄져야 하지 않겠는가.
김지홍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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