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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우조선 거액 부실, 그럴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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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에 3조원대의 손실을 한꺼번에 드러내 큰 충격을 줬던 대우조선해양의 방만경영 실상이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대우조선의 대주주인 KDB산업은행에 대한 국감에서 이 회사가 2004년부터 특별한 실적도 없이 거액의 연봉을 받은 자문역을 60명이나 선임했다는 사실이 나타난 것이다. 또 산은과 다른 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은 물론이고 온갖 권력기관으로부터 조선업을 잘 알지 못하는 '낙하산 인사'들이 대거 내려왔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동안 이를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했던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대우조선의 '자문ㆍ고문 현황' 자료를 보면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퇴직 임원들, 전직 관료, 국가정보원이나 방위사업청, 해군 장성 출신, 또 이 회사의 퇴직임원들이 자문ㆍ상담역으로 위촉됐다. 이들에 대한 처우는 퇴직 임원들에게 고문 등의 이름으로 1~2년 정도 예우를 해주는 대기업의 관행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 감사를 벌인 한 의원은 "대우조선이 공수부대냐"는 개탄까지 했다. 이 회사의 전 사장은 퇴임 후 상담역으로 위촉돼 2년간 연봉 2억5700만원에 사무실 임대료 2억3000만원(월세 970만원), 최고급 승용차와 연간 3000만원의 차량 운용비를 타 갔다. 그러나 뚜렷한 활동실적은 없었다. 부실 회사의 돈으로 후하게 인심을 쓴 셈이다.
이 같은 방만경영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이 전직 회사 경영진에게 있는 건 물론이다. 특히 대우조선이 1999년 대우그룹 워크아웃 때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을 들여 살린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책임감을 갖고 회사를 운영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러나 부실경영을 방관하고 나아가 결과적으로 부채질한 감독기관과 정부의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먼저 대주주이자 감독기관인 산은은 2013년에 감사원으로부터 대우조선의 무분별한 자문역 위촉에 대한 지적을 받았음에도 이를 방치했다. 산은 스스로가 대우조선을 자신의 퇴직 임원들을 내려보내는 창구로 생각했던 형편이니 이를 바로잡는 데 적극적이지 않았을 수밖에 없었다.

2008년부터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 18명 중 12명이 이른바 '정피아' '관피아'였다는 것은 정부와 정치권도 대우조선 부실의 한 원인 제공자였다는 반성이 필요하다. 특히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사외이사 7명 중 5명이 조선업과 무관한 정치권 낙하산 인사였다는 점은 현 정부에 만연한 낙하산 인사의 폐해를 돌아보고 개선하는 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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