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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남북회담보다 어려운 세제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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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필수 증권부장

전필수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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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제 지원 문제로 기획재정부에 들어가면 남북회담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남북회담만 해도 (남과 북이) 하나씩 줄 것 주고받을 것 받고 그러는데 기재부 조세정책과에 들어가면 무조건 원안보다 대폭 깎여서 나옵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성공 여부를 묻는 질문에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의 한 최고경영자(CEO)는 정부의 세제정책에 대한 불만부터 털어놨다. 세제혜택을 줘 국민들을 유인하겠다면서 정작 결정 단계에서는 혜택을 대폭 축소해 국민들이 메리트를 느낄 만한 혜택이 없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이름만 거창한 신상품을 내놔도 돈이 몰리지 않고 얼마 안가 그저 그런 상품으로 전락해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성장ㆍ저금리 상황에서 국민의 재산 형성에 대한 지원방식을 선진화하겠다며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ISA는 과연 선배(?) 상품들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 정치권과 당국의 기대는 크다. 신학용 의원은 "지금까지 금융위원회가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고 할 정도로 ISA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나의 상품이 아니라 계좌를 기준으로 세제 혜택을 줌으로써 계좌 안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한 점은 이전 상품들보다 진일보한 게 사실이다. 가입대상에 별도의 소득기준을 두지 않고 연간 납입한도를 재형저축(1200만원)보다 많은 2000만원으로 확대하는 등 중산층을 흡수할 수 있게 한 점 역시 긍정적이다. 계좌를 운용하는 5년 동안 발생하는 손익을 통합 계산하고 만기 인출할 때 200만원까지 소득은 비과세하고 초과분은 기존 이자소득세(15%)보다 싼 9% 세율로 분리과세 하는 것도 기존 상품에 비해 유리한 조건들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15%인 세율을 9%로 깎아주는 게 그다지 매력적인 혜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납입 한도액인 연 2000만원씩 5년을 납입해 1억원을 부은 투자자가 5년간 20% 수익을 내 2000만원의 소득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자. 투자자는 비과세되는 200만원을 제외하고 1800만원의 9%에 해당하는 162만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 2000만원에 대한 기존 이자소득세 15%를 적용한 300만원의 53.3%에 불과하다.
46.7%나 적게 내니 절세 효과가 상당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허용하는 최대치(연 2000만원, 월 166만원)를 넣은 후 제법 고수익을 올렸다는 가정을 해 나온 절세액이 138만원이다. 5년을 합산한 결과니 1년으로 계산하면 연간 27만6000원을 절세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게 웬 대박 상품이냐"며 달려들 정도는 아니란 얘기다.

ISA든 어떤 상품이든 흥행에 성공하려면 좀 더 파격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 200만원 수익까지는 이자를 물지 않아 서민층을 보호하는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흥행을 위해선 투자 한도를 늘리고 비과세 혜택을 더 늘려야 한다. 그래야 돈이 몰린다. 비과세 혜택을 늘리면 당장은 세수가 줄어들 것 같지만 돈이 더 들어와 파이가 늘어나면 결국은 세금이 더 들어오게 마련이다.

ISA 계좌에 대한 투자 한도를 늘리는 것이 고소득층에 대한 비과세 혜택 확대란 비판이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의식해서는 국민의 재산 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 ISA에 돈이 몰려야 금융투자 회사들도 달려들고 이들의 경쟁을 통해 수익률도 높아질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이념도 아니고 편가르기도 아니다. 불법과 편법이 아니라면 수익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입장에서도 국민이 부자가 돼야 세수가 늘어나고 복지 비용 부담도 줄어든다. ISA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이 아쉽다.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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