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구채은 기자] #중소기업에 다니는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한 은행에 대출 상담을 받으러 갔다가 놀랐다. 부모님 병원비로 급한 돈이 필요해 1000만원을 대출받기 위해 신용등급을 조회한 결과 '7등급'이란 의외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집 근처 저축은행에서 2500만원의 대출을 받은 상태지만 대출 이자를 연체한 적이 없고 현금서비스를 받은 이력도 없었다. 김씨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연봉도 4500만원 정도 돼 보통 수준의 신용등급이 나올 것으로 여겼다"며 "7등급은 일반 은행의 대출이 어렵다고 해 저축은행으로 가야하는데, 그러면 또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18일 은행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중저 신용등급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대출상품을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출시 시기와 금리 등을 최종 조율 중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6~7등급 신용등급자들을 은행으로 유인하는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며 "중저 신용등급자에게는 은행 문턱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고 은행은 소비층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외에도 하나은행도 중금리대출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외국계은행인 씨티은행 역시 중금리 대출 상품을 검토 중이다.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7등급 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대출상품 전략은 '금리단층'을 해소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방침에도 맞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달 초 금융지주회사 임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들이 중금리대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중ㆍ저신용자들도 은행에서 중금리대출을 받게 되면 금리혜택뿐 아니라 신용등급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개인 신용등급은 나이스평가정보(NICE)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평가하는데 1~10등급으로 구분된다. 통상 1~4등급 고신용, 5~6등급 중신용, 7~10등급은 저신용으로 통칭한다. 지난 3월말 현재 고신용은 전체 가계신용활동인구(4368만명ㆍNICE 기준)의 60.5%인 2600만명, 중신용은 1200만명(27.7%), 저신용은 515만명(11.8%)이다.
은행 관계자는 "2금융권보다 저렴한 조달비용을 기반으로 돈을 제대로 갚을 수 있는 소비자를 찾아낸다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은행은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고 저신용자들도 금리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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