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자사주 899만557주를 KCC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KCC는 전량 현금으로 삼성물산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 합병결의를 위한 주주명부를 폐쇄를 앞두고 KCC가 백기사로 나선 것.
이번 빅딜은 KCC측이 먼저 제안했다. 이후 삼성의 사외이사 4인이 단독 이사회를 개최해 이번 합병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과정이라는 데에 합의하고 KCC와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9일만해도 삼성물산이 공식적으로 자사주 매각의사가 없다고 밝힌만큼 이번 딜을 KCC가 먼저 제안한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 에버랜드 사례 등에서도 보여줬던 것처럼 이번에도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맺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삼성물산이 약 20%의 확실한 우호지분을 보유하게 됐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합병은 주주총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출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문제는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국민연금의 보유지분은 9.92%로 단일주주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일성신약이 2.11%, 기타 국내 기관이 2.45%를 보유하고 있다. 31%가 넘는 소액주주들의 행보도 이번 합병에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엘리엇과의 표 대결을 예상하고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20% 수준의 우호지분으로는 안심하기 힘들다"며 "단일 주주로서는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이 이번 분쟁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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