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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은밀한 유혹'의 임수정 "여배우의 삶, 신데렐라와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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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 '지푸라기 여자' 원작으로 한 영화 '은밀한 유혹'에서 벼랑 끝에 몰린 '지연' 역할 맡아

임수정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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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겉으로 보기엔 앳되고 여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고집과 신념을 지켜내는 인물. 지금까지 배우 임수정(36)이 스크린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의 공통점이다. 2003년 첫 주연작이었던 공포물 '장화, 홍련'을 거쳐 '각설탕',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행복', '전우치', '김종욱 찾기', '내 아내의 모든 것'까지 임수정은 영화 속에서 늘 상황에 쉽게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간다. 영화 '은밀한 유혹(4일 개봉)'의 임재구(48) 감독 역시 임수정의 그런 면을 염두해 두고 작품의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임수정은 "감독님이 내가 갖고 있는 여리여리한 면과 어떤 상황에 처하면 강하게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이 주인공 '지연'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며 "나 역시 힘든 상황에서 끈질기게 인내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는 '지연'의 에너지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유달리 하얀 피부와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가녀린 체구의 그는 '강단있어 보인다'는 말에 반색하며, "위기의 상황을 잘 뛰어넘어 성장하고 발전해나가는 캐릭터에 항상 도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은밀한 유혹'에서 임수정이 연기한 '지연'은 벼랑 끝에 내몰려있다. 그는 마카오의 한 선술집에서 서빙을 하며 겨우 생계를 이어나간다. 믿었던 친구는 자신의 돈을 가지고 도망가버리고, 사채업자들은 매일같이 찾아와 횡포를 부리며, 집주인은 방세가 밀렸다는 핑계로 추근덕거리기 일쑤다. 그러던 어느 날, 젊고 유능한 '성열(유연석)'이란 남자가 나타나 '지연'의 인생을 한 방에 바꾸어줄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막대한 부를 가진 마카오 카지노킹 '회장(이경영)'을 유혹해 결혼을 한 후, 재산을 상속받아 나눠 갖자는 것이다.

어찌보면 황당한 제안이다. 하지만 성공만 하면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다. 덥석 미끼를 물게 된 '지연'은 '회장'의 마음에 들기 위한 전략에 돌입한다. 영화의 전반부에는 '지연'과 '회장', '성열'의 미묘한 삼각관계가 핵심을 이루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는 예측 불가능한 스릴러로 변신한다. 임수정은 이 복잡한 범죄멜로의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만만치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까칠한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순수하고 당돌한 면"도 있어야 하고, 위기의 순간마다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을 꼭 움켜쥐고 있어야 했다.

영화 '은밀한 유혹'

영화 '은밀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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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초반에는 신데렐라가 되고 싶은 여성들의 로망을 '지연'을 통해 충족시켜준다. 예기치 못한 상황때문에 흔들리고 갈등하면서도 끝끝내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질기게 남아있는 캐릭터다. 한 장면, 한 숏에서도 이런 복합적인 감정을 담아내야 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미리 대본을 보고 연기를 준비해왔는데, 이번에는 '정답이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지 않았다. 현장에서 새로운 감정이 튀어나오면 그대로 하기도 하면서, 머릿속을 비우고 오감을 열어놓았다."
영화는 프랑스 여류 작가 카트린 아를레(80)의 1954년작 '지푸라기 여자'를 원작으로 하되, 결말 부분은 한국적 정서에 맞게 바꿨다. "소설은 그 당시의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줬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하지만 요즘 시대의 여성은 보다 주체적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의 것을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 이 점이 소설과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임수정 역시 보통의 여자처럼 신데렐라가 되는 상상을 즐겨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멋진 남자가 나타나 손을 내미는 상상은 가끔씩 해보지만, 영화 속 '지연'처럼 그런 제안을 덥석 잡지는 않을 것 같다"고 한다. 다만 데뷔 15년차가 된 배우로서, 신데렐라의 삶이 여배우의 그것과 닮았다는 생각은 종종 한다. "보통 사람들보다 드레스를 많이 입는다는 점, 화려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때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의 모습이 다르다는 점" 때문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크게 휩쓸리지 않고, 내 신념대로 하고 싶은 작품들을 하나씩 해온 게 어느 덧 15년이란 세월이 됐다"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충무로에서 티켓파워를 갖춘 몇 안 되는 여배우지만, 지난 3년간의 공백으로 인해 연기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 "처음 연기할 때나 지금이나 나는 내 안에서 캐릭터를 찾고, 그걸 확장시키고 변형시켜 새롭게 만든다. 그러다보니 작품 선택도 느려지는 것 같다. 근데 요즘은 내 내면을 건드리는 작품이 너무 많아졌다. 머리와 가슴을 모두 써서 내 안의 것들을 더 열심히 꺼내고 싶다. '쟤가 저래도 되나' 할 정도로 자주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웃음)"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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