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딩이 이후 40년간 최고층 기록을 보유했으며, 지금까지도 세계인들의 머리속에 고층건물의 대명사로 자리잡고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다. 후세의 호사가들이 이야기를 보탠 것도 있겠지만, 어쨌든 미국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마천루'의 탄생은 이렇게 한 인간이 우월감을 드러내려는 수단으로 만들어졌다.
현대시대의 마천루들도 비슷한 이유로 지어진다. 기업들은 고층빌딩이 가지는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따지기보다는 '최고층'이라는 높이와 '랜드마크'라는 상징성에 현혹된다. 포장만 바뀌었을 뿐 수천년전 이집트 사막에 피라미드를 지어 올리던 파라오의 허영과 똑같다.
수많은 논란 끝에 서울 잠실에 지어지고 있는 롯데월드타워가 드디어 100층을 넘어섰다. 층수를 기준으로 세계 10위, 완공되고 나면 세계 4위라는 등 벌써부터 '타이틀' 이야기가 한창이다.
신들의 세계를 떠나 인간계를 들여다보자. 100층을 돌파했다는 영광의 아래에는 생계의 문턱에서 문지방에 발이 걸린 인간들의 고통이 있다. 불안감에 떠는 시민들은 이 거대한 쇼핑센터에 발길을 끊었다. 서울시에서는 아직까지 정식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입점 상인들은 당장에 생계가 위협받게 됐다. 마천루가 하늘에 가까이 가는 동안 상인들의 눈에서는 분루(憤淚)가 떨어졌다.
어쩌면 밀집화된 대도시에 초고층 빌딩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교통과 인구집중에 따른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고, 너무 비싼 건축비용 때문에 누군가 무리수를 두게 될 수도 있다.
이미 100층까지 올라간 건물을 되돌릴 수는 없다. 안전 문제로 담을 쌓고 있는 서울시는 갑갑한 공무원식 논법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고사돼 가고 있는 상인들의 타는 심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롯데월드타워를 지어올린 롯데그룹도 하루라도 빨리 주변 시민들과 정부, 더 크게 이 나라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는 완성된 직후 아무도 입주하려고 하지 않아 한때 '엠프티(empty)스테이트' 라는 조롱을 받았지만, 지금은 뉴욕의 상징이 됐다. 롯데월드타워도 언젠가 지금의 '흑역사'를 뒤로 한채 훗날 서울을 대표하는 진정한 랜드마크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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