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지난 12일은 하루 종일 기준금리 인하 얘기로 떠들썩했다. 언론은 연신 1%대 기준금리 시대가 열렸다며 기사들을 쏟아냈다. 30대 초보주부 김한아름씨는 그래도 무덤덤하다. 그녀는 "기준금리가 떨어졌다는데 나한테는 뭐가 바뀌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조만간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김씨에게 기준금리 인하 소식은 먼 얘기가 아니다. 당장 그녀가 고민 중인 '해외 나갈 때 현금을 들고갈지 카드를 들고갈지'에 대한 답을 내려줄 수 있다. 기준금리는 곧 환율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시장에 공급량이 많아졌으니 원화 가치는 하락한다. 그렇다면 달러·원 환율은? 상승한다. 기존에는 1달러 받고 1000원을 내줬는데 원화 가치가 하락하며 1000원으로는 1달러를 받지 못하게 됐다. 대신 1200원을 주고 1달러를 받아온다. 이를 달러·원 환율이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올랐다고 표현한다.
한 마디로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달러·원 환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달러·원 환율을 유도하는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그렇다면 환율과 김씨의 해외쇼핑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바로 신용카드의 결제날짜가 핵심이다. 해외서 카드를 사용하면 달러화로 계산이 된다. 이 정보가 2~5일 정도 후에 카드사로 보내지면 달러가 원화로 바뀌어 결제되는 식이다.
환율이 오르는 시기라면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과 현금을 사용하는 것 중 어느 쪽이 손해일까? 카드를 사용하는 쪽이 손해다. 김씨가 오랜만에 명품가방과 친척들 선물까지 합쳐 1000만원을 카드로 결제했다고 보자. 카드로 결제하면 지금이 아니라 2~5일 후 환율로 결제가 된다. 김씨가 오늘 계산할 때는 달러·원 환율이 1000원이었는데 5일 후에 결제가 이뤄질 때는 1100원으로 10% 올랐다고 가정해보자. 김씨는 1000만원어치 상품을 손에 들고도 실제 결제는 1100만원을 해야 한다. 환율이 오르며 그만큼 결제액이 늘어난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 뉴스를 본 김씨가 해외여행 손가방 안에 신용카드 대신 두툼한 현지화폐를 챙겨넣으면 되는 이유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