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기고]국제시장 덕수와 월성 1호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조병옥 한국수력원자력 품질안전본부장

조병옥 한국수력원자력 품질안전본부장

원본보기 아이콘
영화 '국제시장'이 최근 관객 13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는 등 가히 열풍이라 할 만하다. 무엇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스크린 앞에 불러 앉히는가. 바로 주인공 덕수에게서 각자 마음의 위로를 받고 있기 때문 아닐까.

주인공 덕수는 무조건적 희생으로 가족을 위해, 더 크게 생각하면 국가 발전에 노심초사하며 그 시대를 묵묵히 살아냈던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에 다름 아니다. '이제 이 집의 가장은 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가족들을 잘 지켜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물설고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만리 타향에서, 자신이 아닌 오로지 가족의 안위만을 위해 묵묵히 희생으로 견디어온 덕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새삼 자신들의 아버지를 보며, 가족의 소중함에 눈시울을 적시는 것이리라.
직업병인가. 원자력산업 현장에서만 몸담아 온 필자에게 계속운전이냐 해체냐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안쓰러운 월성1호기와 덕수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나타나는 것은.

기술, 자본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맨바닥에서 시작해 오직 국민에게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일념으로 원전을 건설해 '이제 국민들에게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매진하거라'며 외쳤던 원자력발전소는 바로 '국제시장'의 덕수가 아니던가.

우리나라에서 원자력발전은 수십 년간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통해 산업발전의 밑거름이 되어왔다는 것에 이견은 없으리라. 그러나 우리는 가끔 원자력발전소가 어느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국민 혈세로 지어지는 국민의 소중한 자산이라는 사실을 망각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월성1호기의 계속운전 논란과 관련, 국민의 자산인 원전을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 좋을 것인가라는 균형감 있고 성숙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해외에서는 원전의 설계수명이 다했다고 무조건 폐쇄하지는 않는다. 2014년 6월 기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설계수명이 종료된 122기의 원전 중 111기(91%)가 계속운전을 했거나 계속운전 중이며, 단 7기(6%)만이 자국의 정책적 또는 경제적 사유로 계속운전 없이 폐로했다. 국내에서도 2007년 6월 첫 번째로 계속운전을 시작한 고리1호기가 현재 안정적으로 운전되며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한수원은 월성1호기 계속운전에 앞서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생각으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극한 자연재해에서도 안전성이 유지되도록 수소제어설비를 보강하고 혹시 있을지 모르는 격납건물손상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격납건물 압력제어 설비를 도입했다. 전원이 장기간 공급되지 않을 경우를 감안해 이동형 발전기 및 펌프 등을 통해 노심을 냉각하는 수단을 강구했으며, 안전 최우선 문화가 조직 내 뿌리내리도록 하는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으로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월성1호기는 중수로 원전의 종주국인 캐나다와 원전 거대시장인 중국에까지 운영, 정비 및 설비개선 기술을 수출하는 등 '세계 중수로원전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최근엔 미국, 일본 및 EU 등의 원전 안전요건을 총망라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도 세계 최고 안전수준을 확보한 건강한 발전소임을 확인했다.

우리는 위험을 과장하는 비전문가들의 의견이나 여론에 편승한 감성적 접근에 의해 그릇된 판단이 내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국가의 소중한 자산인 월성1호기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라는 막중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병옥 한국수력원자력 품질안전본부장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허그'만 하는 행사인데 '목 껴안고 입맞춤'…결국 성추행으로 고발 음료수 캔 따니 벌건 '삼겹살'이 나왔다…출시되자 난리 난 제품 수천명 중국팬들 "우우우∼"…손흥민, '3대0' 손가락 반격

    #국내이슈

  • "단순 음악 아이콘 아니다" 유럽도 스위프트노믹스…가는 곳마다 숙박료 2배 '들썩' 이곳이 지옥이다…초대형 감옥에 수감된 문신남 2000명 8살 아들에 돈벌이 버스킹시킨 아버지…비난 대신 칭찬 받은 이유

    #해외이슈

  • [포토] '아시아경제 창간 36주년을 맞아 AI에게 질문하다' [포토] 의사 집단 휴진 계획 철회 촉구하는 병원노조 [포토] 영등포경찰서 출석한 최재영 목사

    #포토PICK

  • 탄소 배출 없는 현대 수소트럭, 1000만㎞ 달렸다 경차 모닝도 GT라인 추가…연식변경 출시 기아, 美서 텔루라이드 46만대 리콜…"시트모터 화재 우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이혼한 배우자 연금 나눠주세요", 분할연금제도 [뉴스속 그곳]세계문화유산 등재 노리는 日 '사도광산' [뉴스속 인물]"정치는 우리 역할 아니다" 美·中 사이에 낀 ASML 신임 수장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