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나타내는 사자성어 설문조사…내년 내수침체로 경영환경 악화
중소기업인들이 내년 경영환경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필사즉생을 꼽았다. 성장보다 생존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올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는 '기진맥진(氣盡脈盡·기운이 없어지고 맥이 풀렸다)'이 꼽혀, 거듭된 경영악재에 지친 최고경영자(CEO)들의 심경을 엿볼 수 있었다.
중소기업 앞에 놓인 내년 한 해의 경영환경이 생사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죽기를 각오하고 경영에 임해야 겨우 생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거주양난(去住兩難·가야할지 머물러야할지 결정하기 어렵다)'과 '속수무책(束手無策·뻔히 보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꼼짝할 수 없다)'도 각각 27.4%, 13%로 조사됐다. 내년 위기가 다가올 것을 알고 있음에도 뾰족한 수가 없는 중소기업의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의 사자성어로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어려움을 헤치고 나오는 내용의 사자성어를 선택했다. 42.2%가 기진맥진을, 36.2%가 '천신만고(千辛萬苦·마음과 몸을 온가지로 수고롭게 하고 애를 씀)'를, 8.8%가 '전호후랑(前虎後狼·앞으론 호랑이와 맞서고 뒤로는 이리가 들어온다)'을 꼽았다.
반면 12.8%는 나쁜 일이 오히려 좋은 일로 바뀌었다는 뜻의 '전화위복(轉禍爲福)'을 선택, 올해 닥쳤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 기업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은 기업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경영환경이 부정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76.2%가 '내수경기 부진'을 들었다. 중소기업은 2년7개월째 내수부진을 최대 경영애로로 꼽고 있다. 또 37%가 '세계경제 회복 불투명'을, 25.8%가 '대기업의 실적악화 우려'를 꼽았다.
23.6%는 '정책효과에 대한 기대 하락'이라고 답했다.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가 중소기업 현장까지 도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소기업들은 내년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겠다는 계획이다. 내년 경영전략으로 중소기업 81%가 '경영 내실화'를 꼽았으며, 30.2%가 '위기대응시스템 구축', 28.8%가 '글로벌시장 진출확대'라고 답했다. 중소기업도 살아남기 위해 본격적으로 위기대응 매뉴얼을 준비하거나 내수에서 수출전환을 통해 탈출구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들이 내년 정부에 희망하는 정책으로는 45.6%가 '손톱 밑 가시 등 규제완화'를 꼽았다. '대기업의 국내투자 유도(39%)'와 '중소제조업 육성(31.6%)'도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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