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는 왜 교수들이 이런 걸 뽑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교수는 학교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며, 대개 한 분야의 학문에서 전문가의 길을 가고 있는 분들이다. 한 분야의 전문가이면 다른 모든 분야에도 도통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러기는 어려울 것 같은데, 우리는 그렇게 쉽게 믿어버리는 경향이 좀 있다. '박사'라는 학위 명칭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그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는 개념을 넘어, 모든 것에서 모르는 것이 없는 '척척박사'나 이것저것 주제넘게 다 아는 것처럼 행세하는 '안달이박사'에 가깝다. 우리는 저 사자성어의 현학적인 연말행사와, 척척박사 혹은 안달이박사의 문자질의 궁합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그저 연말이 되었으니 한번 피식 쓴 웃음이나 짓고 가자고 하는 놀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척척박사와 안달이박사가 그동안 국민들의 모든 질문에 대답해줄 수 있는 분으로 이해되어온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말이 지닌 뜻밖의 의미들을 치밀하고 섬세히 검토하지 않은 채, 툭, 한 말씀을 내던지는 건 곤란하다. 법어도 법어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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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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