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호주 '레이크 맥쿼리 게임'서 3관왕…박태환과 경기 운영 비슷, 리우 올림픽 출전이 목표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대회에서 나온 유스(12세~15세) 신기록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다음날 알게 됐죠. 호주 전체 신기록이라는 사실을요."
수영 강국에서 이룬 쾌거였다. 태극기를 세 차례 꼭대기에 걸고 역사적인 기록에 이름까지 새겼다. 서울사대 부속 중학교 1학년 이호준(13). 뉴사우스웨일스 주 뉴캐슬대수영장에서 10일 끝난 '레이크 맥쿼리 게임 2014'에서 자유형 400m와 100m, 혼계영 400m 등 3관왕을 했다. 특히 자유형 400m에서는 3분58초75만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자신이 지난 5월 26일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작성한 국내 최고기록(4분01초81)을 3초 이상 단축했다. 유스대표팀을 지휘한 방준영(50) 감독은 "4분의 벽을 깬 것만도 대단한데 그 이상을 해냈다. 심판위원 등 호주의 관계자들이 모두 놀라워했다"고 전했다. 체력을 충전할 수 없을 만큼 빡빡한 경기일정 속에서 세운 기록이다. 오전 11시에 400m, 오후 1시에 100m 경기가 열렸다.
이호준의 아버지 이성환(41) 씨는 핸드볼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으로 키가 182㎝다. 아버지의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았는지 이호준의 키는 벌써 181㎝나 된다. 발 길이는 285㎜. 넓은 어깨에 폐활량은 7000㏄에 육박한다. 그래서 수영관계자들은 그를 '박태환(25ㆍ인천시청)의 뒤를 이를 재목'으로 부른다. 경기 운영도 박태환과 비슷하다. 중반까지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다 막판 스퍼트로 경쟁자들과 거리를 벌린다. 김 코치는 "성장이 멈추는 시기에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하고 달리기로 체력을 끌어올린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한 스퍼트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호준이) 수영을 재밌어한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이성환 씨는 훈련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다양한 소통과 스킨십으로 용기를 북돋는다.
이호준은 지난 7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MBC배전국수영대회에 다녀온 뒤 한층 더 성숙했다. 우상인 박태환으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이성환 씨는 "박 선수가 호준이의 소년체전 기록을 알고 응원해주고 싶다며 찾아왔다. 그날 이후 박 선수의 경기 동영상을 수백 번 돌려보며 수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 선수의 자서전도 달달 외운다"고 했다. 이호준은 내년 소년체전에서 다시 한 번 기록 경신을 노린다. 그 뒤 목표는 박태환이 대청중학교 3학년 때 이룬 최연소 국가대표다. 김 코치는 "박 선수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나갔듯이 호준이를 꼭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보내고 싶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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