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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부입법 방지 개정령, 국회 입법권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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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청부입법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대통령령이 국회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의원들의 입법활동이 정부의 규제영향 평가와 비용심사 등에 가로막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제처는 지난 18일 의원입법 관련 부처협의를 강화하는 내용의 '법제업무 운영규정 일부개정령'을 공포했다. 개정령에 따르면 법제처장은 의원입법이 국회 소관 상임위에 회부될 때에는 법률안 소관 기관과 관계기관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통보받은 기관장은 예산ㆍ조직ㆍ규제 등과 관련해 부처간 협의가 필요할 경우 10일 이상의 기간을 정해 관계 기관의 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법률 소관 기관장은 의원입법에 대한 정부 의견의 통일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정령을 통해 부처가 복잡한 입법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입법이 용이한 국회의원을 통해 입법하는 '우회입법' 또는 '청부입법'을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 정치제도의 특성상 정부는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입법활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입법과정은 규제영향평가 등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데다 부처 간 의견 조율을 거쳐야만 해 입법절차가 용이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각 부처는 다른 부처와의 의견조율이 어렵거나 신속한 법안 처리가 필요할 경우 국회의원에게 입법을 부탁하는 편법을 사용했다.

이번 개정령은 이 같은 청부입법 관행을 근절할 수 있다는 게 법제처의 설명이다. 의원입법을 통하더라도 관계부처 간 협의가 강제됨에 따라 우회입법에 나설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치권과 법조계는 이번 개정령이 우회입법을 막을 수 있을 지 실효성이 의문스러울 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의원입법에 대한 정부의 통일된 의견이 도출될 경우 개개 의원은 정부 전체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될 수 밖에 없다. 판사 출신인 박범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의원입법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부처 전부의 통일된 의견을 들어 반대한다면 이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 입장에서는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국회의 입법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부처간 협의사항에 규제ㆍ예산이 반영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의원입법에 규제영향평가와 법안에 소요되는 비용추계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다. 기획재정부와 규제개혁위원회가 의원입법에 대한 의견을 밝힐 경우 규제영향평가와 법안에 드는 비용 등이 필수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제처도 개정령을 설명하면서 "정부의 통일된 의견이 소관부처를 통해 국회에 전달돼 불합리한 재정 지출과 규제 증가가 예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번 개정령에 따른다면 의원입법은 사실상 규제영향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박주민 변호사는 "법률이 여러가지 좋은 의미를 담고 있더라도 처음부터 정부에서 규제라고 규정하면 추진할 힘이 꺾여버릴 수 있다"며 "우회 입법을 차단하겠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많아 보이지 않는 반면 입법초기부터 정부가 의원입법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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